[이어도를 어떻게] 꼬투리 잡으려는 중국… ‘분쟁지역화’ 경계를

입력 2011-12-08 14:29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에서 149㎞(약 80해리) 떨어져 있는 이어도(離於島·Ieodo). 이어도는 바다 위로 가끔 보이는 수중 암초(暗礁)다. 암초 정상은 바다 표면에서 4.6m 아래에 잠겨 있어 파도가 심할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이 때문에 옛날부터 제주도에서는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아들이나 남편이 살고 있다는 전설 속 ‘환상의 섬’ 또는 ‘피안의 섬’으로 일컬어져 왔다. 이 이어도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의 ‘이어도 넘보기’가 도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중국은 이어도를 노리나=지난 6월 13일 이어도 인근에서 침몰한 선박 인양 작업을 하고 있던 한국 선박에 중국 해감(해양경찰청 격) 소속 관공선이 접근해 “허가 없이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인양 작업을 하고 있다”며 중단을 요구했다. 7월 2일과 5일, 10일, 21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5일에는 오전 6시25분과 오후 6시5분 두 차례에 걸쳐 관공선 3척이 나타나 항의했다.

7월 한 달 동안 네 차례나 중국 관공선이 이어도 인근에 출현한 것을 두고 국내 여론은 발칵 뒤집혔다. 특히 우리의 EEZ 내 침몰한 선박을 인양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한 중국 측의 중단 요구는 주권 침해로 간주되기에 충분했다.

중국이 이처럼 공세적 태도로 나오는 데는 이어도의 경제·군사적 가치를 계산한 의도가 숨어 있다. 이어도 인근 해역에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풍부한 지하자원이 묻혀 있다. 또 군함의 해상 활동을 위한 요충지로 군사적으로도 중요하다. 또한 제주 해군기지가 완공될 경우 이어도의 군사적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EEZ 경계 획정이 관건=그러나 ‘한·중 간 이어도 영유권 분쟁이 본격화됐다’는 지적에 우리 외교통상부는 다소 다른 입장이다. 아직 EEZ 경계 획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먼저 매듭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이어도는 한국과 중국의 영해(12해리)를 모두 벗어나 있기 때문에 영유권 분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도 이 점에서는 우리와 의견이 일치한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EEZ는 유엔 해양법에 따라 각국 연안에서 200해리(약 370㎞) 거리에 있는 모든 자원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인정하는 수역이다. 그런데 양국 해안 간 거리가 400해리가 되지 않을 경우 문제가 된다. 한·중 연안 거리가 그렇다. 유엔은 이럴 땐 당사국이 별도 협상을 통해 EEZ를 획정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서해안·남해안과 중국 연안 간 중간 지점을 이은 중간선을 기준으로 EEZ 경계를 획정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 중간선으로 할 경우 이어도는 한국의 EEZ 안에 포함된다. 그러나 중국은 기계적으로 중간선을 그어서는 안 되며 중국 해안선의 길이가 서해안·남해안보다 길다는 점 등을 감안해 EEZ를 획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어도는 중국의 EEZ 안에 들어가게 된다. 이 같은 양국의 견해차는 EEZ 경계 획정 협상이 시작된 1996년부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매년 회담을 열고 있지만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결말은=정부는 이어도가 우리 EEZ 수역이라는 기본 입장에 따라 2003년 해양과학기지를 완성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EEZ 경계가 획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일방적인 행동을 했다’며 불만을 품고 있다. 이어도 인근에 중국 관공선 출현이 잦아진 것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다. 중국은 우리 정부가 최근 서해안에 대한 중국 어선들의 불법 어로 행위를 엄격하게 단속하자 이어도 인근 수역에서의 우리 선박 활동에 압박을 가하는 형태로 보복하는 양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이 ‘G2’로 부상하면서 배타적인 해양 주권을 주장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면서 “국제해양법재판소로 이어도 문제를 가져가는 부분도 배제하지 않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판례를 보더라도 EEZ 경계 획정에 대한 우리 논리가 중국 측보다 합당하고, 정교하기 때문에 우위에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어도가 분쟁지역처럼 비쳐지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족감정만 앞세워 이어도 문제를 취급할 경우 ‘제2의 독도’처럼 비화돼 EEZ 경계 협상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