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다시 보다] 극우파 정당의 득세… 인종·종교 등 다문화 갈등이 사회 불안 요인으로
입력 2011-12-08 14:11
유럽 정치에서 올 들어 눈에 띄는 현상은 극우파 정당들이 떠올랐다는 점이다. 핀란드 진짜핀란드인당과 프랑스의 국민전선(NF)이 자국의 유력 정당으로 부상한 데 이어 네덜란드, 덴마크, 헝가리의 극우정당도 지지율이 성큼 뛰었다.
특히 지금까지 ‘평화 국가’로 알려져 있었던 노르웨이는 우토야섬 참극을 계기로 그 이면을 드러냈다. 노르웨이는 무엇보다도 ‘사민주의 복지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테러에서 보듯 모든 노르웨이인이 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테러가 발생했던 지난 7월 중순, 사민주의를 대변하는 노동당의 지지율이 29% 정도였지만, 테러범이 한때 몸 담았던 극우정당 진보당의 지지율도 무려 20%에 이르렀다.
다문화주의 갈등의 주된 원인은 경기침체다. 이민은 자유로워졌지만 경제난으로 일자리는 줄었다. 재정난이 이어지며 복지 지출마저 줄었다. 여기에 숙련된 이주 노동자가 늘면서 노동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극단적 무슬림은 각종 테러로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그동안 유럽에서 발생한 테러의 주범은 주로 이민자들이었다. 역사적으로 중세의 십자군전쟁부터 1990년대 중반 세르비아의 인종청소에 이르기까지 인종과 종교의 차이로 인한 갈등은 유럽에서 다문화사회의 정착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준다.
이와 관련 외교·안보분야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이사회(ECFR)의 토마스 클라우는 “1910∼30년대는 반유대주의가 극우정당을 통합시키는 요인이었다면, 최근 10년간은 ‘이슬람포비아(이슬람혐오증)’가 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종차별주의 반대를 주장해온 네덜란드 출신의 유럽의회 의원 에미네 보즈쿠르트는 “우리는 지금 유럽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앞으로 5년간 외국인 혐오, 이슬람 혐오 등 증오와 분열이 우리 사회에서 커지는 현상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장 뱅상 플라세(43) 상원의원은 “올해는 유럽에서 다문화주의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있었던 한 해였다”며 “최근 들어 우파진영이 외국인 혐오주의와 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으며 국가정체성을 거론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곱 살때 한국의 한 고아원에서 입양된 그는 지난 9월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상원의원으로 선출됐다. 그는 선거 당시 집권당 대중운동연합(UMP)의 한 중진 의원이 “우리 한국인인 플라세씨가 이번 선거에서 위협을 느낄 것”이라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