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다시 보다] 아테네국립대 소티로풀로스 교수 “복지 포퓰리즘이 그리스 망쳤다”

입력 2011-12-08 14:00


디미트리스 소티로풀로스 아테네국립대 정치행정학 교수는 그리스의 대표적인 정치학자다. 그리스에서 가장 권위있는 유럽·국제 정치학연구소 ‘엘리야멥(Eliamep)’ 연구원이기도 하다. 지난달 22일 아테네 엘리야맵에서 만난 그는 “복지 포퓰리즘이 나라를 망쳤다”고 일갈했다.

-그리스의 ‘복지 포퓰리즘’이 어떤 식으로 나라를 망쳤나.

“30년 전에도 복지는 당면 과제였다. 하지만 정치권이 복지와 표를 맞바꾸는 포퓰리즘으로 경쟁한 것이 문제다. 사회당과 신민당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공무원 채용을 많이 했고, 비대한 공무원조직을 먹여 살리려다보니 국가 재정이 버틸 도리가 없게 됐다.”

-그리스 정치를 상징하는 ‘고객 정치’란 무엇인가.

“공무원 채용에 국회의원이나 장관의 영향력이 미치는 것을 ‘고객 정치’라고 한다. 이로 인해 공무원이 너무 많아졌다. 어느 지자체가 청소차량 운전사를 고용할 경우 그는 운전만 한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따로 뽑는다. 정치인 입김으로 얼마든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면.

“국영방송 대중교통 철도 부문에 사람이 너무 많다. 이들 직종의 보수가 너무 높고, 공공 노조의 힘이 센 데다 채용시험이 유명무실해졌다. 국영방송의 경우 취재진말고도 경비원등 일반 직원 등이 필요이상으로 많다. 일부는 심지어 출근도 안하고 월급만 받아 챙기기도 한다.”

-정치인만의 잘못인가.

“국민들이 원한 측면도 크다. 정치인은 유권자에게 일자리를 주고, 그 대가로 유권자는 정치인의 비리를 눈감아준다. 지난 30년 동안 부패 문제로 처벌받은 정치인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리스 정당 구조는 어떤가

“선거법상 한 정당의 지지율이 40%를 넘으면 의석의 50%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어떤 선거든 무소불위 정당이 탄생하는 것이다. 정치체제가 경직될 수밖에 없다.”

-정당 구조는 어떤가.

“다른 유럽나라와 달리 그리스는 조직보다는 인물과 당수 중심이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가 갑자기 국민투표를 발표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다. 중동이나 러시아처럼 총리에 큰 권력이 있고, 다른 정치인과 의논 없이도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구조다.”

-향후 그리스 정치는.

“나쁜 시나리오는 세 당의 연립정부 의견이 충돌해 조기총선을 하는 것이다. 그리스 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연립정부가 의견을 조율해서 국민에게 신임을 얻고 긴축재정안의 지지를 받는 것이다.”

-그리스 경제 위기는 결국 정치 리더십의 부재 때문 아닌가.

“그런 측면이 강하다. 유럽연합은 구조적으로 경제통합이란 측면에서 문제점이 있다. 각국의 불균형이 심하다. 그리스나 이탈리아가 어려움을 겪을 때 다른 나라가 도와줄 체제가 안 돼 있다. 같은 유로존, 유럽연합으로 묶인 이상 공동 대처가 필요하다.”

아테네=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