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약할 때 강하다

입력 2011-12-08 13:52


고린도전서 1장 26∼29절

예수님은 이 땅에 사람의 몸을 입고 오신 것부터 시작해 철저하게 비우고 낮아지는 삶을 사셨습니다. 예수님의 모습 그 어디에도 탐욕이나 인간적 강함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주님이 잡히시던 때 주님을 잡으러 온 로마 군사들에 베드로가 칼을 들고 대제사장의 종인 말고의 귀를 떨어뜨렸습니다. 힘으로 맞서려 했던 것입니다. 이를 본 주님은 베드로를 칭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네 검을 도로 집에 꽂으라. 검을 가지는 자는 다 검으로 망하느니라”고 하시면서 말고의 귀를 주어서 붙여주셨습니다. 그리고는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구하여 지금 열두 영 더 되는 천사를 보내시게 할 수 없는 줄로 아느냐?”(마 26:52∼53)고 하시고 순순히 붙잡히시고 가장 처참하게 죽으셨습니다. 그러나 그 처참한 죽음이 오늘 세상과 인류를 살리셨습니다. 이것이 기독교의 진수입니다.

바울 사도는 이 정신을 표현하기를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얻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전 1:18)고 강변했습니다. 하나님은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해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셨습니다. 주님은 더할 수 없는 약함의 삶을 사셨습니다. 도저히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할 수 없는 보잘것없는 삶을 사셨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래야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탐욕으로 찌들고 권력 쟁취로 눈이 먼 이 땅의 가치관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자신을 비우고 낮추며 하나님 나라를 전하고 나누는 삶이었습니다. 그렇게 주님은 우리의 구세주가 되셨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가슴 깊게 새겨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오늘 교회와 교인들이 예수님의 길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훨씬 깊게 생각해야 합니다. 지난 10월 미국 세이비어교회의 앤 딘 목사님이 한국에 오셨습니다. 세이비어교회는 교인 150명으로 1년에 22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교회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150명에 2200억원이라는 외형을 보지 마십시오. 그 속에 담겨있는 영성을 보십시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예수님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깊게 생각하기 위해 하루에 1시간 침묵으로 기도하고 말씀을 읽고 배웁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예수님을 깊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하는 일에 인간적 탐욕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예수님처럼 비우고 낮추기 위함입니다.”

그렇습니다. 교회 속에 들어와 있는 세상의 탐욕적 가치관을 이기기 위해 예수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히브리 기자가 말했듯이 예수님의 존재와 삶, 가르침을 깊게 생각하고 따라가야 합니다(히 3:1).

지상의 모든 교회는 하나입니다. 모두 하나님의 교회입니다. 내 교회만 하나님의 교회가 아니라 우리 동네에 있는 지하실 개척교회도 하나님의 교회로서 하나입니다. 사람이 없어 문 닫는 교회가 늘어갑니다. 목회자의 능력과 열심을 따지기 전에 그런 교회를 살리기 위해 사람을 보내야 합니다. 우리 교회에서 훈련된 제자들을 일정기간 파송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는 이 운동이 한국교회에 일어나길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그렇게 되면 작은 교회들이 얼마든지 살아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이 원하시는 자기 비움, 낮아짐, 좁을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목회자와 성도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유인환 인천 좋은샘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