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다시 보다] “철수는 우리가 결정한다 우리는 외압에 굴복하지 않는다”
입력 2011-12-08 15:00
출판사에서 일하던 나오미 콜빈(사진)은 지난 10월부터 ‘아큐파이 LSX’ 대표가 됐다. 정부와 금융계에 불만이 많았고, 이를 바로 잡고 싶었고, 다른 이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운동가로 돌아섰다. 그는 자신을 ‘hacker’와 ‘activist’를 합친 ‘hactivist’라고 소개했다. 그는 텐트를 치우라는 위협에 대해 “철수는 우리가 결정한다. 우리는 외압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정치적으로 무관심하던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79년 마거렛 대처가 집권한 이후 경제 전체가 허약해졌다. 정치도 소수의 돈 있는 자를 배부르게 해주는 구조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정부가 망해가는 은행을 어떻게 구제하는지,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영국 18~25세 인구 5명 중 1명이 실직자다. 대학학위가 있어도 직장 잡기가 어렵다. 졸업 후 회사 들어가 괜찮은 삶을 사는 식으로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던 때는 지났다. 이젠 자리도 없고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여유가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회문제에 관심이 생긴 것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하는가
“지금 정부정책은 소수자본만 보호하고 있다. 99%에 달하는 일반 서민의 이익을 어떻게 대변할 것인지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문제를 널리 알려서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텐트촌 상황은.
“텐트에서 밤을 지새기는 너무 춥다. 감기에 많이 걸렸다.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 계좌를 통해 기부를 받아 꾸려나가고 있다. 사람들이 친절하게 물건을 많이 갖다준다. 농부가 사과도 한 박스 가져다 줬다. 날씨가 추워지니 텐트에서 상주하지 않고 잠깐씩 시간 내 도와주는 자원봉사도 많다.”
-동기가 무엇인가.
“이집트의 영향을 받았다. 멀리 떨어져있지만. 아랍의 봄을 느끼고 자극을 받았다. 런던은 국제도시로 유럽의 중심이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런던의 중심에서 이런 문제를 외치면 보는 사람이 많고 관심을 끌 것이라 생각했다.”
-지난 7월 영국에서 일어났던 폭동사태는 어떻게 보는가.
“폭동 참가자들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완전히 소외된 사람들이다. 중산층은 이들을 이웃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주로 아프리카 캐리비안 인도 방글라데시등에서 온 이민자들이다. 정작 문제는 이들의 아이들이다. 이들이 차별받고 자라면 유사한 폭동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영국도 경제문제가 극에 달했다. 다문화의 문제라기보다는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다.”
런던=글·사진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