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진주만 공습’ 때 살아남아 90세까지 산 美 해군 진주만 속 전우들 곁으로 돌아가다
입력 2011-12-07 18:45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공습에서 살아남았던 미 해군 수병, 그가 당시 침몰했던 자신의 배로 돌아가 전우들 곁에서 영면했다.
미 해군 수병 리 소우시. 그는 지난해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5년 전 소우시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마지막 소원을 얘기했다. 자신이 죽으면 진주만 공습 당시 타고 있던 군함 USS유타호로 돌아가 사망한 전우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소우시는 6일(현지시간) 진주만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자신의 전함 유타호로 돌아갔다. 진주만 폭격 당시 침몰한 군함은 모두 12척으로 이 중 유타호와 애리조나호는 하와이 앞바다에 수장돼 있다. 소우시는 한 줌의 재로 변해 바닷속의 전함과 전우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위생병이었던 소우시는 진주만 폭격이 시작되기 직전 군함 안에서 창문을 통해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의 항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여러 대의 비행기가 낮게 항구 쪽으로 날아오는 것을 봤다. 그는 생존해 있을 때 가족들에게 “해병대가 훈련을 하는 줄 알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초 후 굉음과 함께 배는 기우뚱거렸다. 그리고 침몰하기 시작했다. 소우시는 200여m를 헤엄쳐 겨우 해안가에 피신했다. 그제야 일본군의 공습인줄 알았다. 그는 항구에서 꼬박 이틀 동안 잠을 자지 않고 부상병과 죽어가는 동료들을 돌봤다. 유타호에서는 거의 60명의 수병이 사망했다.
지난 4월 사망한 수병 베르논 올센도 70주년을 맞아 자신이 근무했던 바다 밑 애리조나호로 돌아갔다. 이번 70주년 행사에서는 공습 당시 다른 생존 수병 3명도 화장돼 진주만 해역에 뿌려졌다.
이들의 화장재를 항아리에 담아 유타호 등에 안치하거나 진주만 해역에 뿌림으로써 전함과 전우와 함께하는 영면은 1980년 후반부터 시작됐다고 MSNBC는 전했다. 이후 진주만에서 영원한 안식처를 찾겠다는 생존 수병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진주만 공습 생존자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265명이 전함과 함께하거나 진주만에 뿌려졌다고 말했다. 이곳에 영면을 원하는 대부분의 수병들은 화장돼 진주만 해역에 뿌려진다. 지금까지 유타호에는 12명이, 애리조나호에는 20명이 안치됐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