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회에 온정 살아나게 하는 사람들
입력 2011-12-07 18:11
해마다 세밑이면 거리에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한다. 냄비에 돈을 넣는 사람들의 마음씨와 모금액의 용처를 알면 누구나 함께하고 싶을 만큼 미더운 행사다. 그러나 바쁜 도시생활에 쫓기다 보면 으레 등장하는 연말 행사려니 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무덤덤한 인정을 바꾸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4일 저녁 서울 명동의 한 은행 앞에서 자선냄비에 하얀 봉투 한 장을 넣고 사라진 60대 남자, 그가 올해 그런 주인공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기 시작했다.
구세군이 그날 밤 행사를 마치고 본부로 돌아와 내용물을 확인했을 때 그 안에는 1억1000만원짜리 수표와 함께 “저에(의) 작은 성의지만 거동이 불편하고 소외된 어르신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하는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 1908년 우리나라에서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이 시작된 이래 최고액의 길거리 기부라고 한다. 듣는 누구나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는 소식이다.
성경은 “구제할 때는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1억원이 넘는 돈을 아무 표시도 나지 않게 흰 봉투 한 장에 넣어 냄비 속에 집어넣고 가는 것은 여간 고매한 행동이 아니다. 익명 기부라고 하더라도 수탁자 한 사람은 기부자를 알기 마련이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완벽한 익명으로 이루어졌고 그것으로 끝이다. 아무리 모진 세파라고 하더라도 이런 따뜻함 앞에서는 모자를 벗을 수밖에 없다.
지난 1일 시작돼 24일까지 전국 거리에서 진행되는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목표액은 42억원. 내년 1월 31일까지 사랑의 온도탑이 올라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나눔 캠페인 목표액은 2180억원으로 정해졌다. 이는 2012년 복지사업 지원이 필요한 배분금 3572억원의 61% 수준이다.
고속성장을 해오는 동안 우리 사회에는 많은 음지가 생겼고 돌봐줘야 할 이들이 의외로 많다. 남을 돕는 것은 먼저 자신을 돕는 행위라고 한다. 삭막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손길이 있어 올해도 목표는 달성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