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아래 숨은 ‘다빈치’ 찾기, 또 난항… 다빈치 ‘앙기아리 전투’ 딜레마

입력 2011-12-07 18:01


500여 년간 소실된 것으로 알려져 왔던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벽화 ‘앙기아리 전투’를 찾는 작업이 다시금 난항에 부딪혔다. 이번엔 학자들 300여명이 탐사 작업을 중단하라는 청원서를 이탈리아 피렌체 시에 제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앙기아리 전투’는 피렌체 공국이 전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다빈치에게 위탁한 작품이다. 기록에는 다빈치가 1505년 6월 6일 피렌체 베키오 궁전의 한 홀에서 벽화 채색을 시작했으며 1506년 중단했다고 쓰여 있다.

문제는 1563년 화가이자 건축가인 조르지오 바사리(1511∼1574)가 메디치가(家)의 명에 따라 다른 벽화로 ‘앙기아리 전투’를 덮어버린 것이다. 이에 ‘앙기아리 전투’의 실존 여부는 미술사(史)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로 남게 됐다.

사라진 줄 알았던 이 작품의 탐사 작업이 처음 시작된 건 36년 전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마우리치오 세라치니 박사는 1975년 바사리의 그림을 연구하던 중 ‘찾으라, 그러면 발견할 것이다(Cerca Trova·사진)’는 문구를 발견했다. 그는 ‘이 밑에 무언가 숨겨져 있다는 바사리의 신호가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고 추적을 시작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역부족이었다.

세라치니 박사는 25년 뒤인 2000년 최신 장비를 동원해 다시 탐사 작업을 시작했다. 바사리의 벽화 아래 ‘앙기아리 전투’가 보존된 채 남아있을 수 있다는 증거도 찾았다. 하지만 당국으로부터 적외선 및 자외선 장비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해 작업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두 번의 중단 끝에 2009년 마테오 렌치 시장이 취임하면서 작업이 다시 시작됐지만, 이번엔 학자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학자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탐색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바사리의 벽화에 구멍을 내는 등 바사리의 작품을 파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유물보존협회의 알레산드라 몰피노씨는 “우리 헌법은 이탈리아의 문화유산을 보호하라는 것”이라면서 “탐색 작업은 과학적 노력이 아니라 떠들썩한 선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토마소 몬타나리 나폴리대 교수도 “‘앙기아리 전투’의 존재와 위치가 확실치도 않은 상태에서 바사리의 벽화를 파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렌치 시장과 세라치니 박사팀의 뜻은 확고하다. 렌치 시장은 “우리는 이 안에 다빈치의 ‘앙기아리 전투’가 있다고 믿을 만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서 “미친 사람이 아니라면 지금 탐색을 중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