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난파 위기] 거세지는 등판론… 박근혜 ‘결단의 시기’ 째깍째깍
입력 2011-12-07 21:47
한나라당이 7일 최고위원 연쇄 사퇴 선언으로 카오스(Chaos·대혼돈)에 빠지면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당 안팎에선 하나같이 박 전 대표의 반응에 귀를 쫑긋 세웠지만 그는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핵심 측근은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박 전 대표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굉장히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당내 초미의 관심사는 친박근혜계 유승민 최고위원의 전격적인 사퇴 결정이 박 전 대표와의 교감 속에 이뤄졌느냐였다. 유 최고위원이 사퇴 기자회견에서 “당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 고민한 뒤 결심했고 박 전 대표에게 사전 보고는 못 드렸다”고 하면서 한때 단독 플레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친박계 핵심 인사는 “디도스 사태를 보면서 박 전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이 느낀 위기감이 무척 컸다”면서 “보고 여부와 관계없이 사태의 심각성과 지도부 사퇴 필요성에 대해 박 전 대표와 교감을 이룬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대표 체제 유지로 결론난 데 대해 당혹스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시기나 방식이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결국 박 전 대표가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쇄신을 주도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전국위원회에서 당권·대권을 분리하고 있는 당헌·당규를 고쳐 지도부로 입성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말도 나온다. 일단 한나라당 해체를 선언을 한 뒤 박 전 대표 중심의 신당을 만들자는 얘기도 있다.
박 전 대표 주변에서는 이같은 ‘정치공학적’ 시나리오를 뛰어넘는 파격 행보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측근은 “지금 우리끼리 모여 비대위를 만들거나 국민들은 관심도 없는 당헌·당규를 고쳐 대선 주자들을 나오게 한다고 국민들이 새롭게 느끼겠느냐”면서 “기존의 정치 행태를 바꾸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처방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은 “지금까지 보여줬던 민생정책 행보 등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박 전 대표 역시 기득권을 내려놓고 한국 정치와 당을 구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그러나 워낙 당이 혼란에 빠진 상황이라 박 전 대표의 등장을 가로막는 장벽이 높아 보인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당내 워낙 여러 계파,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당장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핵심 당직자는 “그가 등장했는데도 총선에서 패배하면 대권 꿈도 사라질 것”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나와 좋을 게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게다가 박 전 대표가 청와대,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할지도 고민이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양자 간 물밑 채널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