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친박계, 홍준표에 힘… 사퇴 3명에 비난 화살

입력 2011-12-07 21:41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다시 한번 홍준표 대표를 살렸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는 자유발언에 나선 21명 가운데 14명이 홍 대표의 즉각 사퇴를 반대했고 분명하게 사퇴를 촉구한 의원은 4명에 그쳤다. 의총에서 “홍 대표가 책임지고 쇄신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결론이 나면서 홍 대표 중심의 쇄신을 반대하는 소장파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지금 사퇴는 무책임”=줄기차게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던 정두언 의원은 가장 먼저 발언대에 서 “최고위원 3명의 사퇴로 새 전기를 만들었는데 대표 진퇴로 논란을 벌이는 것은 다시 추락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디도스 사건 이후 당 지도부의 기능은 없었다. 홍 대표는 물러나야 한다”고 했고, 남경필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쇄신 논의의 에너지를 깎아먹고 시간만 보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이후 최고위원 3명의 집단 사퇴에 대한 비판 발언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영남권 친박근혜계가 ‘홍준표 살리기’에 앞장섰다. 홍사덕 의원은 “국민 눈에는 홍 대표를 끌어내리는 것은 권력투쟁일 뿐”이라며 “민생예산 2조∼3조원 증액을 전력을 다해 처리하고 지도부가 대안을 찾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배영식 의원도 “전쟁 중에 장수가 뒤로 빠지고 부하더러 나가라고 하면 장수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가세했다.

홍 대표 측근의 지원사격도 이어졌다. 박준선 의원은 “최고위원직 사퇴는 무책임하다. 만약에 전당대회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게 되면,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이런 가운데 의총 말미 일부 의원이 홍 대표 재신임 표결을 요구하자 원 최고위원이 의총장을 박차고 나오기도 했다.

◇재건축론 VS 리모델링론=당내 소장파의 양대 축인 친이명박계 중심 수도권 출신 의원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의원 모임’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던 서한쇄신파는 ‘박근혜 등판’에는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향후 정치일정에서 이견을 보였다.

친이계 수도권 중심의 소장파 모임은 당의 전면적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재창당추진위원회 구성→한나라당 해산→보수세력 결집→통합 전당대회’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안형환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땜질식 응급처치로는 이제 안 된다”며 “보수를 지지기반으로 하는 텃밭에 현재의 한나라당을 허물고 새로운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가운데 원 최고위원을 빼고는 홍 대표가 새해 예산안까지는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재창당추진위를 구성한 뒤 당내 대주주들이 대거 참여해서 당 해체와 재창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몽준 전 대표와 가까운 전여옥 의원은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정 전 대표, 이재오 의원 등 당에서 큰 역할을 하는 의원들이 다 나와서 한나라당이 이렇게 달라진다고 하는 가능성을 쫙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원조 쇄신파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고위원 3명의 전격 동반사퇴는 쇄신파가 주장했던 ‘현 지도부의 반성 후 리모델링’에 없던 시나리오다. 이들은 오찬회동을 갖고 향후 거취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새 지도부 선출→쇄신’의 개략적인 계획에 공감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는 박 전 대표가 맡아서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탈당을 고민하고 있는 일부 의원 움직임도 쇄신파에게는 변수다. 전날 수도권의 K의원은 홍 대표를 찾아가 탈당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의 해체를 주장하는 수도권 소장파에 대해서는 대립 각을 분명히 세웠다. 주광덕 의원은 “국민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자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성열 유동근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