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불법 기승] “쉽고 빠른 대출” 달콤한 유혹… 한번 맛보면 헤어나기 어려워

입력 2011-12-07 21:38

경찰공무원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지난해 대전에서 서울 노량진동 고시촌으로 상경한 노영훈(가명·28)씨는 6개월 전부터 고시공부 대신 시간을 쪼개 돈을 벌고 있다. 지난해 11월 목돈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대부업체에서 100만원을 빌린 것이 화근이었다.

규모 있게 돈 쓰기에 실패한 노씨는 제때 대출금을 갚지 못했고, 다른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겨우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대부업체의 빚 독촉에 시달려야만 했다.

결국 노씨는 고시원 총무로 일하고, 쉬는 날에는 전단지 아르바이트라도 잡으러 고시원을 나서는 삶을 시작했다. 그는 7일 “늘 돈이 궁한 젊은이의 입장에서는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대출 광고가 삶의 해법을 제시하는 것만 같았다”고 했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면 엄청난 이자 부담에 짓눌린다는 것을 아는데도 대부업체 대출액은 점점 늘고 있다. 간편한 대출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한 번 맛보면 헤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자산 100억원 이상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이들의 대출목적을 살펴보면, 노씨 사례와 같은 ‘타대출 상환 목적’의 대출액이 1956억원으로 전체 대출액의 9.7%를 차지한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으면 대출중개업체를 통해 개인정보가 거의 공유되다시피 한다. 한 번 대출을 받는 순간 다른 대부업체의 마케팅 대상이 돼 거듭된 대출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대출상담만 받더라도 문자메시지나 전화로 광고가 쇄도하기 때문에 대부업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자신이 이미 돈을 빌려 연체 중인 대부업체인 줄도 모르고 새로 대출상담 신청을 하는 고객도 봤다”고 했다. 다른 대부업체 관계자는 “자기 대부업체에 먼저 상환하게 하는 것이 추심 담당자끼리의 경쟁이 돼 버린 고객이 많다”며 “이곳에서 일을 하지만 대부업체를 찾아오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걸 보면 ‘갈 데까지 갔다’는 생각이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