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난파 위기] 홍준표 이번엔 ‘재창당 카드’로 버티기
입력 2011-12-07 21:47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또다시 정치적 승부수를 던져 위기를 돌파했다. 퇴진 요구를 ‘재창당’ 카드로 헤쳐나온 것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쇄신연찬회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를 맡으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쳐 재신임을 받아낸 바 있다.
홍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도 “몇 사람의 목소리에 의존하지 말고 168명 전원이 의견을 표명하고 결정지어야 한다. 여러분이 ‘홍준표 안 된다’고 하면 흔쾌히 나가겠다”고 말했다. 소속 의원 모두를 대상으로 재신임을 물은 것이다. 홍 대표 요구에 의총 분위기는 즉각 지도부 퇴진보다는 현 지도체제 유지 쪽으로 기울었다.
그는 “대표가 된 후 5개월 동안 빈 솥단지를 끌어안고 어떻게 채워야 할지 내내 고민해 왔다”면서 “애초 계획은 예산국회까지 정책을 쇄신하고 시스템 공천으로 천하의 인재를 끌어모아 공천한 뒤 2월 중순쯤 재창당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재창당 프로그램에 대해선 1996년 신한국당 창당을 거론하면서 “당시 2·7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공천자 대회 겸 민자당에서 신한국당으로 바꾸는 재창당 대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당을 해산해 재창당하는 수도 있고, 재창당 수준의 쇄신으로 갈 수도 있다”며 “보수세력, 특히 중도세력까지 아우를 수 있는 중도세력 대통합이 핵심”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본인의 총선 불출마를 포함한 쇄신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앞서 홍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사퇴했으면 지도부가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선출직 최고위원은 5명이 아니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포함해) 7명이다”고 말해 현 체제 유지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의총 결과를 놓고 ‘당권파와 영남권 친박계가 합작해 이뤄낸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영남권 친박계 의원들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고 생각하고 있어 현 지도부가 흔들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쇄신파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현 지도체제가 계속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두언 의원은 의총 후 “홍 대표가 한 달 후에도 대표일까? 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핵심 관계자는 “현 지도부가 재창당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 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결국 홍 대표가 대표 자리를 지키기 위해 급조해낸 꼼수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노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