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부동산 대책] 전문가 진단… 궁지몰린 정부 ‘강남’ 금기 건드려

입력 2011-12-07 21:38

“궁지에 몰린 정부가 ‘서울 강남 부동산’이라는 금단의 영역마저 건드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2·7 부동산 활성화 추가 대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강남 주택시장이 살아나면 그 온기가 전체 시장으로 번져나가 부동산 침체를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 정부가 이번 정책을 내놓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거품 낀 집값을 억지로 떠받쳐 서민들의 내집 마련 희망을 꺾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7일 “정부가 강남 재건축 규제를 깨트린 것은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강남 3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재건축 조합설립 시 조합이 청산될 때까지 조합원 지위를 7∼9년간 양도할 수 없었던 규제가 풀린다. 이렇게 되면 강남 재건축 주택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강남 3구에서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거나 조합설립을 추진하는 가구는 5만9473가구에 달한다.

리얼투데이의 양지영 리서치자문팀장은 “한국 부동산 시장은 강남-수도권-신도시-지방 순으로 움직인다”며 “강남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채 성결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려면 강남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1번지 채훈식 연구실장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더라도 강남 3구는 투기지역으로 남아 있어 대출 규제를 받는다”며 “주택거래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공사의 최저가 낙찰제 확대 시행 유보, 부동산 파이낸싱프로젝트(PF) 정상화 방안 등에 대해서는 건설업계의 숨통을 어느 정도 틔워줬다는 평가다. 한국주택협회 김동수 정책실장은 “금융권에서 경영난에 몰린 건설사의 유동성을 바로 빼갈 수 없게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주택시장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각종 지표를 보면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화되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가 지속해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 한국 부동산 시장은 구조조정되지 않고 거품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격에 금융조달 비용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고, 분양가 공시 항목 축소를 추진하는 것은 내 집을 마련하려는 서민들에겐 불리한 내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2·7 대책은 부동산 부자와 토건업자를 위한 특혜 대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현재 시장 상황상 12·7 조치를 시행하더라도 집값 급등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시장 상황이 정상화돼야 신규 주택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그래야 중장기적으로 집값과 전·월세도 안정된다.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차원에서도 시장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