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재창당’도 異夢… 길잃은 한나라

입력 2011-12-07 21:31


총선 4개월 앞두고 대혼란

총선을 4개월 앞두고 한나라당이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홍준표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내홍이 최고조에 달하는 가운데 ‘재창당’ 등 쇄신 방안을 놓고 계파 간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칫 당이 공중분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감돈다.

친박근혜계 유승민 최고위원과 소장파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 등 3명은 홍 대표의 사퇴 및 당 쇄신을 요구하며 7일 동반 사퇴했다. 유 최고위원은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존망의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이어 원 최고위원도 사퇴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 보수정치의 새 집을 짓기 위해서는 노후 건물을 철저히 철거해야 하며 홍준표 체제와 ‘박근혜 대세론’으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물러나야 힘의 공백이 생기고 새로운 질서가 생길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집권당 대표로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그는 또 “재창당할 수 있는 계획, 로드맵과 대안을 갖고 있다”며 자신이 당 쇄신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국회에서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홍 대표는 자신의 거취를 의원들에게 묻는 ‘재신임 승부수’를 다시 던졌다. 김기현 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을 통해 “당 대표가 이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며, 대표가 쇄신안을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의총에서 사실상 홍 대표 중심으로 정책과 정치 쇄신을 ‘투 트랙’으로 진행키로 결론이 났지만 소장·쇄신파가 강력 반발하고 있고 최고위원이 집단 사퇴한 상황이어서 현 지도체제 유지가 힘들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친박계가 디도스(DDoS) 사건을 계기로 지도부 교체론으로 기울고 있어 취임 5개월째를 맞은 홍 대표의 퇴진은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향후 한나라당의 진로와 관련해서는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유력한 것은 2004년 ‘탄핵 사태’로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해낸 전력을 갖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 등판이다. 박 전 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쇄신과 공천을 주도하거나 ‘당권·대권 분리’라는 당헌·당규를 바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 소장·쇄신파 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색깔을 뺄 수 있는 적임자라며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재창당을 주장하고 있다.

원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이명박계가 말하는 재창당론은 성격이 다르다. 이들은 “지금의 한나라당으로는 도저히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며 당 해산과 재창당을 주장한다. 박 전 대표 중심의 재창당에는 부정적이다. 이와 함께 당내 주도권에서 소외된 친이계 일부가 당을 뛰쳐나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과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드는 분당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한장희 유동근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