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바둑으로 세상을 바꾸자
입력 2011-12-07 17:32
요즘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어폰을 꽂거나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 이제 그 작은 폰으로 못 할 것이 없다. 바둑 애플리케이션도 많이 생겨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바둑을 두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프로들의 바둑도 실시간으로 관전할 수 있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열풍으로 바둑계에도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바둑대국에서 ‘수’는 혼자 찾아야 하지만 바둑으로 세상을 바꾸는 ‘수’는 함께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바둑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둑을 중심으로 서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둑에 대한 공감,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일명 ‘바세바(바둑으로 세상을 바꾸자)’ 모임이 탄생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지만 ‘바세바’에서는 하루에도 수백명이 함께 바둑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바세바’는 처음에는 비밀그룹으로 몇 명의 젊은 기사들이 주축이 됐다. 그러다 순식간에 소문이 나면서 회원이 400여명으로 늘어났다. 바둑을 잘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도 다양한 화제로 함께 공감하며 어울리고 있다.
지난 4일 작은 기원에서 ‘바세바’ 창단식이 열렸다. 기원은 일찌감치 만원.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잘 몰라도 어느새 둘러앉아 바둑 삼매경에 빠졌고, 아직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도 바둑판을 보며 진기한 풍경을 즐겼다. 대학교수부터 작가, 학생, 주부, 유학생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프로기사도 10명 넘게 참여했다. 이달 말에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루이나이웨이 9단도 함께했다.
이날 행사는 다른 바둑 모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과 추구하는 것은 달랐다. 모두가 바둑으로 세상을 바꾸길 원하고 희망한다. 그리고 그 꿈을 꾸고 나아가고 있다. 바둑은 단지 순간순간을 즐기는 게임이 아니다. 두고두고 오래 생각하며 지난 시간을 곱씹어 보며 다시는 실수하지 않고 바르게 나아가기 위한 최선의 수를 찾아 나아가는 것이다.
한 수의 파급 효과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 한 수 한 수의 삶과 의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앞으로 ‘바둑’이 무엇으로, 어떤 형태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한 소녀가 ‘바둑으로 세상을 바꾸자’고 외친 그 한 수가 우리네 삶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