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겸손하라

입력 2011-12-07 17:20


베드로전서 5장 5∼6절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정이나 공동체, 또는 주변의 사람들과 겪는 모든 불편한 관계는 겸손하지 못해서 생겨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겸손(파테이노프로쉬네)이란 말은 ‘낮은 마음의 태도’를 말합니다. 곧 ‘자기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낮은 마음의 태도를 가지고 자기를 직시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원래 높지 않은데 낮출 것도 없겠지요.

본문의 말씀에서 하나님께서는 교만한 자를 대적하시되 겸손한 자들에게는 은혜를 베푸신다고 하였습니다.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높여 주시리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이와 같이 겸손은 신앙인의 기본적인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 겸손은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보이는 것입니다. 본문 6절에서도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서 겸손하라”는 말씀이 있고 잠언 16장 5절에서는 “무릇 마음이 교만한 자를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나니 피차 손을 잡을지라도 벌을 면치 못하리라”고 하였습니다.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겸손은 위선(僞善)에 불과합니다. 우리들은 말과 행동으로 겸손한 모습을 보이나 그 마음 속에는 교만한 생각을 가질 때가 많습니다. 사람들에게 자기의 의사를 표현해 보일 때는 겸손한 태도와 세련된 모습을 보일 수 있으나 마음 속까지 겸손한 사람은 드뭅니다. 사람 앞에서만 겸손하게 되면 불의와 타협하게 되고 한없이 뒤로 물러서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둘째, 겸손은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겸손은 이사야 선지자와 같이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사 6:8)라고 응답하는 것입니다. 사도바울은 고린도전서 15장 10절에서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하였습니다. 즉 그는 자기의 겸손을 수고와 봉사로 표시하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깨닫고 지극히 겸손해졌을 때에 주님께 받은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할꼬 하는 생각을 가졌고 더 많은 수고를 하게 된 것입니다.

셋째, 겸손은 무능한 자의 것이 아니라 능력 있는 자의 것입니다. 고린도후서 12장 10절에서 바울은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핍박과 곤란을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할 그때에 곧 강함이니라”고 했습니다. 사도 바울은 약한 것 외에는 자랑할 것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 바울은 자랑할 것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는 무능하고 패기 없고 드러낼 것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능력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능력이 있으나 자기 능력을 자랑치 않는 자가 참으로 겸손한 자입니다. 또한 겸손은 이미 능력 있는 자가 자기 능력을 자랑치 않는 것이기도 하지만 능력이 부족한 자를 능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더 큰 능력을 얻게 하기도 합니다. 자기의 연약함을 고백하고 겸손히 간구할 때에 하나님께서 능력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앞에 겸손합시다. 주어진 일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합시다. 겸손은 수고와 봉사로 나타나야 합니다. 자신을 자랑치 아니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능력을 하나님의 은혜로 알고 더욱 겸손히 주님을 섬깁시다. 이 겸손의 열매가 우리 자신들 가운데 풍성히 맺혀지기를 축원합니다. 아멘.

신현광 목사 (안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