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매립지 위 대구 평리6동 300여 가구… 지반침하 “동네가 무너진다”

입력 2011-12-06 21:58


“새동네가 아니라 헌동네입니다.”

대구 평리6동 일명 ‘새동네’ 주민들이 지반 침하로 주택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새동네는 평리6동 이현시장 맞은 편 12만㎡ 부지 조성된 300여 가구의 마을이다. 이 곳 주민들에 따르면 1980년대 후반부터 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11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6일 오전 11시쯤 이 마을 골목에 들어서자 길가 전봇대 5∼6개가 가옥 쪽으로 기울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심한 것은 가옥의 담장과 전봇대 사이가 어른 주먹 하나 들어갈 공간 밖에 되지 않았다. 주민들의 안내로 주택 안으로 들어서자 마당 바닥과 벽 사이가 손가락이 들어갈 정로의 틈이 있었고 대문이 비틀어져 대문 주변 타일이 깨진 상태였다.

이곳에서 20년을 살았다는 최모(57·여)씨는 “이사 올 때부터 벽과 바닥이 갈라져 지금까지 수차례 보수공사를 했다”며 “대부분의 집들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구지역균형발전연구원과 주민 90여명은 지난 2일 회의를 열고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집의 균열은 주택이 쓰레기매립지 위에 지어진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옥들이 들어서기 전인 1981∼83년 저지대였던 이곳에 생활쓰레기 매립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마을 바로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서평리지하차도 공사현장에서 최근 대량의 생활쓰레기가 발견됐다. 또 1993년 환경부가 경부선화물역 신설사업에 대한 환경평가를 한 뒤 평리6동 주변의 지반침하를 우려해 대구시에 지반침하 방지 대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역균형발전연구원 백승정 원장은 “새동네를 포함해 주변지역 33㎡ 정도가 쓰레기매립지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시와 서구청은 쓰레기가 매립된 것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건축을 허가하고선 이제 와서 모른다고 발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시와 서구청 관계자들은 “조사결과 그 지역은 매립지로 조성된 적이 없다”며 “오래전 일이라 당시 상황을 조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