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에 대학 합격한 안목단 할머니… “내친김에 석·박사까지 마치고 싶어”

입력 2011-12-06 19:04

“공부를 계속하면서 남을 위한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팔순을 앞둔 할머니가 대학 수시모집 전형에 합격, 배움의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 있는 ‘한남미용정보중·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안목단(76) 할머니는 최근 실시된 영남대 2012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만학도 전형’으로 국어국문학과에 지원서를 내 당당히 합격했다.

경북 포항에서 태어난 안 할머니는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발발한 6·25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이어 1956년 육군 소령과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렸지만 곧이어 남편이 군 작전 중 순직하는 바람에 홀로 1남2녀를 키우며 고단한 삶의 여정을 이어왔다.

당시 보훈청에 취직해 직접 가사를 꾸려야 했던 안 할머니는 “전몰군경 미망인들의 자활 시설이 필요하다”는 호소문을 당시 영부인 육영수 여사에게 보냈고, 박정희 대통령 내외는 이 서한에 감동해 미망인 자활시설 건립 사업을 적극 도왔다.

당시 받은 120만원의 성금으로 대구 파동에 미망인들을 위한 군납용 봉제업체를 설립한 안 할머니는 현재 근로자 300여명에 연매출 110억원의 회사로 키웠다.

이 봉제업체는 수익 일부를 전국의 전쟁미망인 가정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 등 각종 복지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모란장학회’를 설립한 안 할머니는 전국 전쟁미망인 가정의 자녀들에게 1988년부터 지금까지 8억5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고문으로 활동 중인 안 할머니는 자신의 인생역정을 책으로 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만학도들을 위한 한남정보고에 주저 없이 진학했고, 이번에 대학입시 관문을 통과하게 됐다.

“지나온 인생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공부를 게을리하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나마 깨우침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안 할머니는 “내친김에 석·박사 과정도 마친 뒤 노인복지요양시설을 설립해 운영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