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탈 도서 1200책 고국 품에 안겼다
입력 2011-12-06 19:02
일제 강점기 일본이 강제 반출한 조선왕실의궤 등 우리 도서 1200책이 100여년 만에 마침내 고국 품에 안겼다.
우리 정부는 6일 일본 나리타 공항을 출발, 오후 3시20분과 4시35분 인천국제공항에 각각 도착한 대한항공 여객기 KE702, 704편을 통해 600책씩 나누어 운송해온 일본 궁내청 소장 도서를 인도받았다. 이들 도서는 14개 나무 박스에 각기 봉함된 채 컨테이너 박스 4대(여객기당 2대)에 담겨 들어왔다.
1차분 도서는 화물계류장을 빠져나와 국군의장대와 전통의장대, 취타대가 장중한 음악을 울리는 가운데 인천공항 화물게이트 6번 앞에 마련된 임시 무대 중앙에 안치됐다. 도서가 단상에 안치되자 조선시대 궁중의례를 본뜬 수제천이 연주되는 가운데 전통의장대장이 안착을 보고했다.
이어 양국 정부를 대표해 박석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과 무토 마사토시 주한일본대사가 인수인계를 확인하는 구상서를 교환했다. 이로써 궁내청 도서는 한국 정부로 소유권과 관리권이 완전히 이양됐다. 환영의전 및 안착식을 거친 도서는 문화재 운반 전문 무진동 차량에 옮겨져 경찰 사이드카의 호위를 받으며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송, 보관됐다.
이날 반환된 도서는 지난 10월 19일 노다 요시히코 총리 방한 때 돌려준 3종 5책을 제외한 147종 1200책으로 조선왕실의궤 78종 162책, 이토 히로부미 반출 도서 66종 938책, 증보문헌비고 2종 99책, 대전회통 1종 1책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4∼5월, 145년 만에 귀환한 프랑스 파리도서관 소장 외규장각 도서가 ‘5년 단위 갱신의 영구임대 방식’으로 소유권이 프랑스에 있다면, 이번 궁내청 소장 반환 도서는 우리 문화재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목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은 이와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양국 관계에는 장애도 있다”며 “양국 국민의 감정 개선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들 도서가 무사 귀환했음을 알리는 환수 고유제를 13일 오전 11시 서울 종묘에서 개최한 뒤 27일부터 내년 2월 5일까지 고궁박물관에서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에 반환된 도서의 보관처를 놓고 국가기관인 고궁박물관에 두어야 한다는 의견에 맞서 오대산사고본 44종 81책(전체의 48.5%)의 경우 원래 있던 강원도 월정사에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