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박병엽 팬택 부회장 돌연 사의

입력 2011-12-06 21:34

‘팬택 신화의 산증인’ 박병엽 부회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박 부회장은 6일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에서 긴급 간담회를 갖고 “올해 말을 끝으로 회사를 떠난다”고 밝혔다. 팬택은 올해 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이유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회사 유동성 위기와 워크아웃 기간인 5년 반 동안 개인적으로 사람이 이렇게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정도로 일해 왔다”면서 “지금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내년 3월 말 채권단으로부터 받기로 한 10%의 스톡옵션도 포기하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박 부회장이 채권단과의 갈등으로 전격 사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팬택이 워크아웃을 졸업하려면 새마을금고, 신협 등 비협약 채권자(일반 채권자)로부터 받은 대출 2300억원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가진 22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최근 들어 박 부회장은 채무 상환과 관련해 채권단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부회장은 “나의 사퇴를 기화점으로 가속도를 붙여 워크아웃이 끝났으면 좋겠다”며 “채권단이 대주주로서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사퇴 소식에 박병엽 이후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직원은 “지금 아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경영진 공백에 대해 “그동안 팬택은 비상매뉴얼을 갖고 훈련과 의사결정을 해 왔고, 그런 훈련을 받은 경영진들이 있다”면서 “일단 대주주인 채권단이 (후임 경영진을) 결정할 때까지 매뉴얼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1991년 종자돈 4000만원을 들고 직원 5명과 함께 팬택을 창업했다. 이후 현대큐리텔과 SK텔레텍을 인수하고 매출 3조원, 세계 7위의 휴대전화 업체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2006년 말 찾아온 유동성 위기로 이듬해 4월 워크아웃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그는 4000억원어치의 지분을 회생자금으로 내놓고 백의종군하며 채권단을 설득했고 2007년 팬택은 자발적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팬택은 17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 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매출액 8275억원, 영업이익 5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40.58%, 영업이익은 무려 146.57% 급증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