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양도차익세 부과 움직임에… 증권가 “주가 폭락” 긴장
입력 2011-12-06 22:17
정치권에서 금융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주식, 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얻은 이익에 양도차익세를 매기자는 것이다. 증권업계는 주가 폭락을 부른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중과세, 실효성 등 부작용을 우려한다.
◇투자자 이탈, 주가 폭락 우려=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의 양도차익과세 논의가 급격하게 이뤄지자 증시 폭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없던 세금이 부과되면 주식 거래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거래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 증권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거래세(유가증권시장 0.15%, 코스닥시장 0.3%)만 매기는 데 익숙한 투자자들이 새로운 세금 도입으로 증시를 떠날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현재는 주식 지분이 3% 이상이거나 100억원을 넘는 경우 양도차익세와 거래세를 함께 부과하고 있다.
투자자 이탈은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번 떠난 투자자들을 돌려세우기는 쉽지 않다”며 “양도차익세 도입은 시장을 엄청나게 바꿀 수 있는 사안인데 지금 정치권 논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이중과세 문제(거래세와 양도차익세를 동시 부과하는 문제), 거래로 발생하는 손실과 이익을 상계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장기투자자 우대 등 시장 충격을 줄이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방안은 2006년 노무현 정권 때도 추진됐었다. 하지만 새로 양도차익세를 도입하면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 등 금융상품 투자자 대부분이 과세 대상이 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개인투자자의 주식양도 차익에 대한 신뢰할 만한 통계가 없어 수많은 주식거래를 개인별로 합산해 일정기간 양도차익이 났는지를 파악하는 데 한계를 노출해 결국 무산됐었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과세=자본이득 과세가 긍정적인 기능을 갖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부합하고, 장기투자를 촉진해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자문화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투자자가 주식이나 채권 등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시점에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보유 중인 자산을 매도하려는 유인을 그만큼 낮출 수 있다.
대부분 선진국에서도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걷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0개국 가운데 80%(24개국)는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전면과세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14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거래세를 양도세로 전환했다. 1989년부터 0.55%였던 거래세를 점진적으로 낮춘 뒤 99년 완전 폐지했다. 이어 원천분리과세와 신고분리과세 등 납세자가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뒤 2003년부터 신고분리과세로 일원화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낮다는 지적도 많다. 양도차익 과세는 주식투자로 이득을 본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일부 ‘슈퍼 개미’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양도차익세를 도입하면 현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서 세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사고팔 때 붙는 세금이어서 수익 여부와 상관없이 거래가 일어나면 세금이 붙지만 양도차익세는 손해가 발생하면 세금을 거둘 수 없다.
이용상 김찬희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