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커지는 야권통합… ‘지도부 경선룰’ 티격태격
입력 2011-12-07 01:12
민주당과 ‘혁신과통합’이 통합정당의 지도부 경선 룰을 놓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당 당권파와 독자전대파가 노골적인 갈등을 드러내자 혁신과통합 측이 불만을 터뜨리고 나섰다.
민주당은 6일 통합협상위원회 당헌당규분과위 회의를 열어 ‘대의원 20%, 당원·시민 80%’를 골자로 한 경선 룰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민주당과 혁신과통합은 양측 대의원은 비슷한 비율로 배정하고 민주당 당비당원 12만명을 자동으로 선거인단에 포함시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는 ‘2대 8 경선 룰’이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당론으로 확정한다는 방침이지만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독자전대파가 반발하고 있다.
특히 문성근 혁신과통합 상임대표가 전날 “손 대표 측과 2대 8 방식으로 지도부를 선출한다고 합의했지만 박 의원 등이 통합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박 의원은 이날 ‘문성근 대표께 드리는 답신’이라는 공개서한을 통해 “당 지도부가 소통하지 않은 채 무조건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구태의 리더십”이라고 손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경선을 당원·대의원 20%, 국민경선 80%로 한다는 것도 어제 문 대표를 통해 처음 알았다”며 “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어떠한 설명도 없이 (통합을)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어제 오찬에서) 손 대표는 ‘11일 전당대회에 협력해 달라’고 했지만 ‘전대에서 통합 결의를 하는 것은 손 대표가 책임을 지고 해야 할 일이지, 반발하는 당원들을 설득하고 조정할 권한도 능력도 내게는 없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박 의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위원장들이 통합 논의에 계속 반발할 경우 자칫 전대가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혁신과통합 상임대표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민주당이 혁신 의지가 없다면 통합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통합 논의 진척을 압박하는 동시에 독자전대파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독자전대파가 ‘당원 주권론’을 고집하고 혁신과통합도 강경론을 고수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솔로몬의 지혜보다는 각자의 결단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7일 시민통합당을 창당키로 했던 혁신과통합 측은 창당대회를 다른 행사로 대체하거나 보류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혁신과통합 관계자는 “창당대회에서 수임기구를 만들려면 경선룰에 대한 합의문이 나와야 하는데 합의가 안 되니 창당대회를 열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야권 통합정당에 참여할 예정인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한국노총은 야권 통합정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경선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처음부터 지도부 경선에 참여해 정치인에게 긴장을 줄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