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돋보이는 김황식 총리의 ‘이슬비 행보’

입력 2011-12-06 17:45

김황식 국무총리의 최근 ‘이슬비 행보’가 국민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 김 총리는 일요일인 지난 4일 평택 서정동 가구전시회장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이재만 소방위, 한상윤 소방장 빈소를 예고 없이 찾았다. 김 총리는 “알리지 마라. 조용히 조문하고 싶다”며 측근 경호원들만 대동하고 갔다. 총리실 의전팀도 다음 날 신문을 보고서 알았다고 한다.

앞서 김 총리는 11월 23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도발 전사자 1주기 추모식에서 경호팀장에게 우산을 치우도록 했다. 김 총리는 옷이 흥건히 젖은 채로 전사자들의 묘역을 찾아 헌화하고 비석을 어루만졌다. 전사자의 부대 동기가 추모시를 낭독할 때, 비석을 어루만지며 총리는 울었다. 가식적인 모습이 아니라 진심으로 애통해했다고 취재 기자들은 전했다.

김 총리는 최근 집무실 전등을 3분의 1로 줄이고 혼자 집무할 때와 외빈을 접견할 때, 소규모 회의와 대규모 회의 때를 구분해 점등을 하거나 소등하도록 했다. 김 총리는 혼자 업무를 볼 때 책상 위 스탠드만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김 총리는 총리실 페이스 북을 통해 자신의 집무실 절전계획을 공개했다. 총리 자신부터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자는 취지에서였다.

김 총리는 지난달 대학생과의 만남에서 자신은 ‘이슬비 같은 총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슬비는 조용히 내리지만 땅속에 깊이 스며드는 속성을 갖고 있다. 그는 “존재감이 없는 게 내가 목표하는 바”라며 “국민들이 나를 잘 모르지만 내가 일한 게 쌓여서 그게 국민들에게 돌아가면 그게 더 좋다”고 말했다. 그의 진심이 묻어난다.

역대 총리들은 실권 없는 2인자로 각종 행사에서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는 ‘대독총리’거나 정치적 국면전환 때 대신 짐을 지는 ‘방탄총리’였다. 최근 혼탁한 정치와 모럴 해저드의 공직사회를 보면서 서민 속으로 젖어드는 김 총리의 ‘이슬비 리더십’이 국민에게 큰 위로를 주고 있다. 군림하거나 술수를 쓰지 않는 그의 ‘낮은 자세 리더십’이 국민에게 감동으로 와 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