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아마추어 솔리스트의 '일사랑 노래사랑' 송년음악회
입력 2011-12-06 16:06
[미션라이프] 무대 위 조명이 들어오자 검은 연미복 차림의 남자가 나왔다. 이윽고 흐르는 피아노 선율. 가곡 ‘제비’의 반주였다. 남자는 피아노 선율 위에 노래를 살짝 얹었다. 노래는 시냇물처럼 흐르다 강물처럼 변하기도 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다른 남자가 무대에 섰다. 이번엔 이탈리아 민요 ‘산타루치아’. “창공에 빛난 별, 물 위에 어리어 바람은 고요히 불어오누나∼.” 귀에 익은 곡이 나오자 관객들은 흥얼거렸다. 독창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와우∼” 하며 박수가 보냈다.
두 남자는 모두 아마추어 남성 성악 솔리스트 모임인 ‘일사랑 노래사랑’ 멤버들이다. ‘제비’를 부른 사람은 조용진(테너) 얼굴연구소 소장, ‘산타루치아’는 이원유(테너) 연세이원유치과원장이었다. 성량은 달랐지만 곡 소화 능력은 프로 못지 않았다. 이 외에도 홍관수(테너·세실내과의원) 원장, 박원석(바리톤·공무원)씨, 문상준(테너·우리은행)씨, 윤종국(바리톤·얀텍스산업㈜) 대표이사 등이 연이어 노래했다.
5일 저녁 서울 신사동 현대백화점 토파즈홀에서 열린 송년음악회에서는 수준 있는 한국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가 울려퍼졌다. ‘고향의 노래’ ‘산촌’ 등 귀에 익은 한국 가곡부터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 중 ‘그대의 찬 손’ ‘상냥한 아가씨’,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중 ‘이 초상화는 너무 아름다워’, ‘피가로의 결혼’ 중 ‘다섯 열 스물 서른’ 등이 겨울밤을 감쌌다.
일사랑 노래사랑 멤버는 모두 크리스천이다. 이들은 8년 전 결성돼 매월 발표회를 갖는다. 그동안 어려운 교회와 관공서 등을 찾아 성가와 가곡을 선사했다. 올해만 20여회의 음악회를 열었고 이날 음악회에는 각 교회 교인과 직장인, 인터넷 음악카페 동호인 등 350여명이 객석을 채웠다.
대표 홍관수(56·서울영동교회) 원장은 “거친 현대 문화 속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노래를 좋아하는 남성들이 모였다”며 “격조 있는 클래식 음악과 성가를 부르며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사랑 노래사랑은 내년부터 자선음악회도 열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을 돕는다.
송년음악회엔 소프라노 이미경씨와 트럼펫 연주자 콘스탄틴, 피아니스트 강은경 씨가 협연해 무대를 빛냈다. 특히 트럼펫 연주는 흥겨웠다. 유일한 외국인이었던 콘스탄틴씨는 트럼펫을 연주하며 무대와 객석을 누볐다. 그가 연주한 ‘러브 스토리’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장단을 맞췄다. 관객들이 앙콜을 연호하자 ‘아리랑’을 즉석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홍 원장은 “아마추어는 따뜻하다. 실수도 한다”며 “음악을 즐겨 달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무료로 진행됐다.
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