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의 영혼의 약국 (118)

입력 2011-12-06 09:26

표백세대, 표백된 기독교

기독교 역사상 오늘날처럼 교회가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몰락하는 시대도 없을 것이다. 2005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34세 사이의 연령층에서 10년 동안 교회를 이탈한 기독교인 숫자가 6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기독교사상 2011/9:60). 여러 원인들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믿는 것이 참 믿음’이라고 가르쳤던 반이성주의 신앙관도 한몫 했을 것이다.

R세대(Red Generation)란 말이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치르면서 붉은 옷을 입고 광장에서 밤 새 함성을 지르던 세대를 말한다. X세대는 예측 불가능한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88만원 세대는 평균임금이 88만원 세대라는 거고, N세대는 Network+New+Next+Newtype+Netizen의 세대를 지칭하는 시대적인 조어(造語)다.

그런데 이미 N세대를 지나 ‘표백세대’가 되었다는 게 소설가 장강명의 생각이다. 그에 의하면 표백세대는 어떤 사상도 완전히 새롭지 않으며, 사회가 부모나 교사를 통해 전달하는 지배 사상에 의문을 갖거나 다른 생각에 빠지는 것을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의심이나 의문을 통해 창조성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게 살아봤자 기존 지배 사상이 얼마나 심오하고 빈틈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표백사상은 오로지 싼 노동력만 찾고 있는 이 ‘완전한 세상’에서 남보다 빨리 정답을 읽어서 체화하기 위한 표백의 과정만을 걸어왔기 때문에 생겼다고 소설은 말한다. 그래서 표백세대는 아무런 희망을 기대할 수 없는 세상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대로 ‘삶의 막장에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자살이 아니라, ‘위대한 일’을 할 기회를 박탈한 세상에 극단의 저항으로 자살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독교도 표백세대에 접어든 것이 아닐까? ‘기독교다운’ 또는 ‘예수다운’ 것들이 세속에 표백되지 않고서야 이토록 안팎으로 교회가 무너질 수 있을까!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요 2:19)

춘천 성암감리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