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노트’ 너도나도 해외 공구 왜?

입력 2011-12-05 18:32

제주도에 사는 회사원 김모(31)씨는 최근 한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인도판 ‘갤럭시 노트’를 공동구매했다. 갤럭시 노트는 스마트폰보다 크고 태블릿PC보다는 작은 삼성전자가 출시한 첨단 스마트기기다. 국내에도 지난달 29일 갤럭시 노트가 출시됐지만 4세대(4G) LTE(롱텀에볼루션) 서비스만을 지원하고 있어 3G 서비스가 가능한 단말기를 찾아나선 것. 김씨는 “일부 통신사의 경우 수도권에서만 LTE 서비스를 상용화했는데 어떻게 LTE 전용 단말기만을 출시하느냐”며 “전국망이 깔리기 전까지 지방 구매자들은 구경만 하라는 소린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스마트폰 헤비유저인 대학생 이모(25)씨도 요금제 때문에 3G 서비스가 가능한 유럽판 갤럭시 노트를 공동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이씨는 “평소 스마트폰으로 영화나 음악을 많이 다운받아 보는데 무제한 요금제가 지원되지 않는 LTE 서비스가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며 “무제한 요금제 고객을 꺼리는 통신사의 꼼수가 반영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4G LTE 전용으로 국내 출시된 갤럭시 노트가 외면받고 있다. 커버리지(coverage·서비스 이용 범위) 때문에, 또는 요금제 때문에 국내판 대신 3G 서비스가 가능한 해외판 갤럭시 노트를 찾아나서는 원정대까지 생겨나고 있다.

5일 현재 네이버 카페 ‘엑스팬시스’에서는 10여 차례에 걸친 갤럭시 노트 해외 공동구매가 한창이다. 국내 개통 절차에 관한 사항과 할부 결제방법 등이 기록돼 있음은 물론 인증샷과 AS방법까지 자세히 공유돼 있다. 카페의 한 회원은 “기기만 따로 산 뒤 인터넷상에서 전파 인증을 받고 개통하면 국내 정식 출시된 폰처럼 사용할 수 있다”며 “언어는 언어 설정에 들어가서 한글로 변경하면 되므로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LTE 전용 단말기 출시를 밀고 나간 통신사의 고집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직 LTE 서비스가 국내에 완전히 상용화되지도 않았는데 전략 상품인 ‘LTE 띄우기’에 급급한 나머지 정작 소비자들의 욕구는 간과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내년 3월에나 전국 84개시에서 LTE를 쓸 수 있으며 LG유플러스는 연말이 돼야 전국 대부분에서 LTE를 이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가 그나마 나은 편이긴 하지만 지방 소비자들은 현재 4G 요금을 내고 3G에서 갤럭시 노트를 써야 하는 상황이다. LTE 서비스에 무제한 요금제가 없는 것 역시 소비자들이 LTE를 꺼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출시된 갤럭시 노트 모델도 3G 서비스를 하는데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단말기의 최종판매자는 통신사이기 때문에 우리는 통신사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들은 LTE폰 같은 최고 사양의 제품을 3G로 출고하고 싶어도 통신사들이 LTE폰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단말기와 관련해서는 통신사가 갑, 제조사가 을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다중 작업이 가능한 갤럭시 노트의 경우 빠른 LTE망의 특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각 단말기의 장점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기존 3G 무제한요금제에서 망 과부하 문제가 제기됐던 만큼 무제한 요금제 제고를 위해 (무제한 요금제가) 제외된 것”이라며 “대신 최대한으로 데이터 무료 제공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