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5곳중 1곳 이자도 못내… 대출 연체율 5년 만에 최고
입력 2011-12-05 18:26
글로벌 재정위기가 국내 실물경제에까지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기업 재무구조가 한층 나빠지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영업이익은 줄어든 반면 이자 부담은 늘어났다. 대기업의 대출 연체율은 4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금융당국은 부실채권 증가까지 걱정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유가증권시장의 12월 결산법인 612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 3분기 누적 이자보상배율이 5.11배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1배보다 낮아진 수치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배율이 낮아지면 그만큼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저하된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의 이자비용은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이자보상배율이 하락한 것이다. 올 들어 9월까지 기업들의 누적 이자비용은 10조42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조6192억원)보다 1.83%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누적 영업이익은 53조25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3조8016억원)보다 무려 16.52%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올해 영업이익 1000원당 이자로 지출한 금액도 196원으로 지난해(166원)보다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한계기업’은 142곳(23.2%)에 이르렀다. 5곳 중 1곳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자를 내지 않는 무차입 회사는 23곳(3.59%)으로 지난해 47곳(7.68%)보다 줄었다.
이에 따라 기업대출 연체율은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대기업 대출 연체율(1일 이상 원금 연체 기준)은 전월 말보다 0.86% 포인트 오른 1.36%로 잠정 집계됐다. 이 수치는 2006년 11월(1.60%) 이후 4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조선·건설업 등 기존 취약업종 연체율이 급등하며 대기업 대출 연체율을 높였다. 건설업은 9월 말 1.79%에서 10월 말 2.90%로, 해상운송업은 2.31%에서 2.41%로 각각 연체율이 상승했다. 선박건조업 연체율은 3.33%에서 10.80%로 7.47% 포인트나 급등했다.
기업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부실채권이 늘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에 따라 기업대출 연체율이 계속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 이성원 건전경영팀장은 “조선·건설업 등 취약 부문의 연체 발생 요인에 대해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