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유출 사고’ 4주년… 西海 살린 70만성도 기려 태안에 생태학교·사료관
입력 2011-12-05 20:44
4년이 흘렀다.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에서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주민들의 삶을 망가뜨린 이후에도 어김없이 시간은 지나갔다. 많은 이들에게서 태안은 잊혔지만 사고 이후 복구 작업의 선봉에 섰던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은 올해도 잊지 않고 태안을 찾았다.
5일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에 서울과 충남 각지에서 120여명이 모였다. 이 지역 의항교회에서 열리는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4주기 기념예배와 생태학교 개교 및 사료관 개관식을 갖기 위해서다. 생태적 회심을 기념하는 기념비도 의항리 등 사고 지역 6곳에 세워졌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과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주축이 된 생태학교는 기독교인들의 생태학적 신앙 계승을 위해 만들어졌다. 생태학교 교장에 위촉된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양재성 목사는 “한국 기독교계는 기름유출 사고 이후 창조세계의 도전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맞닥뜨렸고 생태적 신앙의 사명을 깨닫게 됐다”며 “생태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생태학적 신앙이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생태학교 프로그램은 2박3일 또는 3박4일 동안 기름유출 사고 현장을 돌아보면서 생태적 회심과 창조질서 보전의 중요성을 배우도록 마련됐다. 생태학교 개교 이후 첫 프로그램은 감신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14일부터 2박3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기름유출 사고 사료관은 지난 비극을 잊지 않고 한국 교회가 복구작업 자원봉사를 위해 한마음으로 모인 화합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자원봉사를 위해 25개 기독교 교단 1만여 교회의 70만 성도가 한마음으로 모인 것은 기독교에 대한 인식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료관에는 사고 피해 현황과 한국 교회 자원봉사 현황, 사고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이날 예배에서는 복구작업 당시 자원봉사자들을 이끌었던 서울 사랑의교회 봉사단인 ‘사랑의나눔119’, 예수사랑선교회, 백석대 성백걸 교수, 의항교회 이광희 목사 등 태안 복구를 위해 앞장선 이들이 공로패를 받았다.
하지만 서해안의 시름은 끝나지 않았다. 피해보상 문제는 제자리걸음이고 주민들의 정신적 고통도 여전한 상황이다. 기름때로 얼룩졌던 바다는 예전 모습을 되찾은 듯하지만 무너진 생태계가 사고 이전으로 회복되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광희 목사는 “겉보기와 달리 태안을 비롯한 사고 지역들이 온전히 회복되지는 않은 상태”라며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의 섬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안=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