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스라엘 동맹관계 이상기류… 벨기에 美 대사 “유럽 내 反유대주의 이스라엘 때문”

입력 2011-12-05 21:56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벨기에 주재 미국 대사가 유럽 내 반(反)유대주의가 이스라엘 때문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역시 이스라엘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스라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미 공화당 경선 주자들은 이번 기회를 ‘오바마 압박 카드’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반유대주의’ 구분해야=유대인 집안인 하워드 거트맨 벨기에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유럽유대인연맹(EJU)이 브뤼셀에서 주최한 반유대주의 콘퍼런스에 참석해 “전통적 반유대주의와 유대인에 대한 무슬림의 증오는 구분해야 한다”면서 “전자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후자는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트맨 대사는 또 “내가 방문했던 유럽 전역의 무슬림 공동체에서는 커다란 분노와 응어리, 유대인을 향한 폭력과 위협을 볼 수 있었다”면서 “이스라엘의 새 정착촌 건설 발표, 국경지대에서의 로켓포 공격, 보복 군사공격은 문제를 악화시키고 이곳 유럽에서 (유대인에 대한) 증오와 편견에 맞서 싸우는 이들을 좌절시키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스라엘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자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모든 형태의 반유대주의를 비난한다”면서 “유대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편견을 결코 정당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화당 경선 주자들은 대사를 즉각 해임하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했다. 공화당 경선 주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4일 “대사의 발언은 반유대주의를 정당화하고 가까운 동맹국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트위터에서 대사 경질을 요구했다.

◇클린턴, “이스라엘 민주주의 후퇴”=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일 워싱턴DC에서 비공개로 열린 사반 포럼에 참석해 “이스라엘 우파 연립정부가 추진하는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기부 제한 입법은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했다. 클린턴 장관의 이스라엘 비판은 연일 이란 선제공격설을 흘리고 있는 이스라엘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이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은 중동을 갈등과 대립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노골적인 반대 입장을 보였다면 클린턴은 국무장관으로서 우회로를 택한 셈이다.

이에 유발 스타이니츠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클린턴의 발언은 완전히 과장된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는 살아 숨쉬고 있다”고 반박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