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녹색마을] 대안으로 떠오른 전북 임실 중금마을… 주민들 자발적 참여 이끌어내
입력 2011-12-05 21:53
에너지 자립의 첫걸음은 에너지 자원의 절약이다. 바이오가스플랜트도,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도 절약의 일상화 없이는 몸에 맞지 않는 옷에 불과하다. 전북 임실의 중금마을 주민들이 이를 깨닫는 데만 2∼3년이 걸렸다. 계기는 쓰레기 분리수거와 단열을 위한 집수리였다. 그게 살림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실천이 따랐다.
지난달 23일부터 이틀간 임실군 임실읍 금성리 중금마을과 임실군청에서는 전국 에너지자립마을 리더 워크숍이 열렸다.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전문가 강의와 토론을 들은 뒤 에너지 자립 노력이 펼쳐지는 중금마을 현장을 방문했다.
중금마을 주민 김정흠씨는 먼저 재활용품 분리수거장으로 데려갔다. 36가구에 85명이 사는 작은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분리수거장에는 농약병, 농약봉지, 병뚜껑, 잡병류, 깡통, 플라스틱비닐류 등 12개의 수거함이 있다. 김씨는 “2008년 마을회의의 분리수거 결정 이후 빈병이나 폐품을 판매한 수익으로 마을회관 공동경비로 사용하거나 열심히 참여한 집에 상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은 환경을 위한 노력이 돈이 되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고 그것이 에너지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됐다”고 말했다.
김씨가 주도한 에너지대책위원회는 지역 시민단체인 ‘전북의제21’이 배출한 에코홈닥터들로부터 전문적인 에너지효율 개선 교육과 조언을 받았다. 에코홈닥터는 집안 곳곳의 에너지 낭비를 열적외선 카메라 등을 동원해 진단하고 단열시공 처방을 내렸다. 집안 백열등을 고효율 전구로 바꾸고 단열과 방풍을 위해 문풍지와 방풍실리콘 처리를 했다. 난방비가 확 줄었다.
다음 단계는 노후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위한 집수리였다. 마을 언덕 높은 곳에 있는 이순자(80) 할머니 집이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2009년 꼼꼼한 진단을 거쳐 창문과 현관문을 단열제품으로 교체하고 벽면에 스티로폼과 합판을 덧댔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겨울이 따뜻한 집’이라는 긴 문패를 얻게 된 이 할머니는 “집이 몰라보게 따뜻해졌다”며 웃었다.
주민들은 마을에 새로 들여올 에너지원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했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동네 특성상 풍력은 처음부터 논외였다. 운영비가 많이 드는 지열과 보조난방이 따로 필요해 비효율적인 태양열도 제외됐다. 결국 태양광이 낙점됐다. 주민들은 2010년 전북도가 지원하는 그린빌리지를 신청해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다.
자원순환과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한 중금마을의 실험은 규모가 적고 느리지만 4년째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김씨는 “신재생에너지 시설이 왜 우리 마을에 필요한지, 환경적·경제적 측면을 다 고려해 1년간 주민들끼리 토론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말했다.
김씨는 내년 중 5t 규모의 바이오가스플랜트 도입계획을 세우고 녹색마을 시범단지 신청을 검토 중이다. 돈분 3t과 음식물 쓰레기 2t을 함께 사용해 메탄가스 발생량을 극대화하면 160가구분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가구당 월 3만원의 전기료 절감분과 생산되는 액체비료값의 절반씩을 거둬 월 500만원으로 2∼3명을 고용하면서 발전설비를 관리하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할 수 있다. 중금마을이 자원순환을 바탕으로 에너지 자립을 이루는 모범적 녹색마을이 된다면 녹색마을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