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문] 여당조차 못믿는데… 하룻밤새 이뤄진 단독범행?
입력 2011-12-05 18:25
5일까지 나온 경찰 발표를 종합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 공격 사건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 공모(27)씨 일당의 우발적인 범행’으로 좁혀진다. 앞으로 범행 배후가 드러날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윗선을 밝혀내려는 경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찰이 지난 1일 신청한 구속영장에는 공범 강모(25)씨 등 3명이 공씨의 지시를 받은 뒤 8월 13일부터 10월 22일까지 악성프로그램을 제작해 유포한 것으로 기재했다. 공씨 일당이 10·26 재·보궐 선거 2개월 전부터 범행을 모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선 “준비 과정이 범행 전날부터 하룻밤에 급하게 이뤄졌으며 범행 의도도 그때쯤 가졌던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사전 모의’에서 ‘당일 결정’으로 바뀐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영장 신청 당시엔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그렇게 기재했으나 이후 수사 결과 내용이 달라졌다”고 해명했다.
공씨가 범행 전날인 10월 25일 밤부터 26일 오전 사이 강씨 외에 다른 인물과 통화했는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공격 의뢰와 테스트 성공을 전후한 시점에 최 의원이나 의원실 직원, 한나라당 관계자와 통화했다면 윗선 개입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일부 다른 통화가 있었음은 시인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다.
디도스 공격에는 거액이 투입되고 장기간 사전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의원 비서의 단독 범행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야당뿐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나온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 금전거래 관계를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디도스 공격에 대해서도 경찰은 “전문기술 없이도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해 단독 범행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오해를 낳고 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강씨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준비하면서 좀비PC를 확보했고, 다른 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 디도스 공격을 할 준비가 돼 있었다. 따라서 공씨가 재보선 전날 밤 갑자기 공격 의뢰를 해왔어도 바로 실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디도스 공격을 주도면밀하게 한다면 사전에 테스트하고 실패할 경우 더 많은 좀비PC를 확보하는 등 준비 절차가 필요한데 이번 사건에선 그런 과정이 하룻밤에 급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금전거래 확인은 계좌추적을 통해 이뤄지는데 계좌 압수수색이 5일에야 시작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계좌 압수수색 등 주변부터 수사한 뒤 검거하게 되는데 이번엔 피의자 긴급체포로 시작돼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경찰 수사는 공씨의 10월 25∼26일 행적에 집중돼 있고 26일 이후 행적에 대한 수사는 우선순위에서 밀린 상태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