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도스에 洪 ‘감염’… ‘조건부 사퇴’로 간신히 버텼지만 당 내부 불만 고조

입력 2011-12-05 21:45


‘조건부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며 재신임을 받는 데 성공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특히 자신이 “스핀닥터(정치홍보 전문가) 역할을 해 달라”며 홍보기획본부장에 앉힌 최구식 의원의 비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 공격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 후 당내에선 홍 대표의 대응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우리 당 의원의 비서가 연루됐다면 당 대표가 사과부터 해야 옳은데 홍 대표는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에 대해 무척 마뜩잖은 반응을 보였다”며 “국민 마음을 못 읽고 있으니 제대로 된 진단이나 대처법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후 40일이 지나도록 당 쇄신을 향한 첫발조차 내딛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회의론도 일고 있다. 당내 쇄신 이견 조율에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자 일각에선 홍 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로 한 차례 연기한 쇄신 논의를 이제는 새해 예산안 처리 이후로 미루는 ‘뭉개기 전략’을 쓰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보내고 있다.

권영세 의원은 “당이 처한 상황을 보니 홍 대표로는 안 되겠다는 말이 나온다”며 “지도부 교체 주장이 점점 끓어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근혜 조기등판론’에 부정적인 친박계의 이해관계 때문에 재신임받았을 뿐인데, 또다시 실망스런 행보를 보이자 홍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조차 “자신만의 정치 색깔을 잃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국민들은 홍 대표가 쇄신을 (주도)해야 할 사람이 아니라 쇄신 대상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홍 대표 자신이 기득권을 갖고 뭘 해보려고 하니 쇄신을 질질 끌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큰 파도가 밀려올 때는 마치 익사할 것 같지만 지나면 더 큰 파도가 온다”며 “파도 속에서 허우적거리지 말고 파도를 타고 넘는 방법을 생각하고 강구하는 것이 정치”라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