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상온] 기로에 선 국방개혁, 칼 뺐으면 휘둘러야

입력 2011-12-05 17:55


정부가 추진해온 국방개혁이 성패의 갈림길에 섰다. 한나라당이 오는 9일까지인 정기국회 회기 내에 당론 없이 자유투표(cross voting)를 통해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며칠 전만 해도 먼저 당론을 정한 뒤 최대한 여야 합의 처리한다는 방침이었던 데서 연내 법안 통과를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선회한 셈이다.

당초 한나라당은 국방개혁법안 처리에 미온적이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단독 처리 이후 중압감에 시달려온 상황에서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방개혁법안마저 강행처리하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번번이 좌절된 전철 밟나

그러나 국방부는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하려면 국방개혁이 올해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전제 아래 연내 처리에 사력을 다한다며 달려들었고 결국 이를 한나라당이 수용한 모양새가 됐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변화는 국방개혁이 시기를 놓치면 내년 4월 총선을 거치면서 아예 또다시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원유철 국방위원장은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되고 해를 넘기면 18대 국회에서는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 상태대로라면 국방개혁은 18대 국회는 물론 그 이후에도 어려울지 모른다. 그 자체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민주당이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특히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놓고는 해·공군과 일부 예비역을 중심으로 반대론자들이 여전히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 내에서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고 있다. 이런 판국이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방개혁을 시도했다가 번번이 좌절된 1990년 이후 역대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야당이든 일부 예비역이든 국방개혁안을 반대하는 사람들 역시 우국충정에서 그럴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그렇다면 개혁을, 변화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막아서는 안 된다. 국방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한 무턱대고 개혁안에 반대하면서 시간만 허비하게 해서는 정략, 자군 이기주의 등 그릇된 의도가 숨어있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야당이 국회 경색의 탓을 여당에 돌리면서 법안 처리에 참여조차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정부의 국방개혁안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국회가 수정안을 만들어 처리하면 된다. 민주당 국방위 간사인 신학용 의원은 “여당이 자유투표 처리 방침을 밝힌 것은 또다시 날치기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한나라당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으나 날치기로 가는 빌미를 야당이 주는 것은 아닌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변화 시도조차 못해서야

반대론자들은 국방부가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포함해 국방개혁안에 국민의 77.4%가 찬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여의도연구소, 9월)를 제시한 데 대해 일반 국민의 비전문적인 의견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발한다. 사실 많은 국민은 통합군제니 합동군제니, 또는 군령권이니 군정권이니 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관심 밖이라고 해도 좋다. 합참의장이 일부 군정권도 갖고, 참모총장에게도 군령권이 주어진다 한들 대다수 국민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그게 정상이다.

다만 그러면서도 절대 다수 국민이 국방개혁을 바란다. 그게 무엇을 말하는가? 한마디로 두 번 다시 천안함 피격 침몰이나 연평도 포격사태 같은 것을 겪지 않고, 북한을 비롯한 외부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국방태세를 제대로 갖춰달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국민 눈으로 볼 때 여야 간, 국방부와 국방개혁안 반대론자들 간 티격태격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국방개혁, 칼을 뺐으면 휘둘러야 한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