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재진] 대학에 ‘學校醫’를 두자

입력 2011-12-05 17:49


오늘날 대학의 현실은 진리를 찾는 곳으로서의 기능보다는 직업인 양성소로서의 기능이 강화됐다. 물론 대학에서 학생들이 직업적 전문지식과 기술을 습득하지 말자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너무 전문적 지식만 강조하다 보면 대학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얼마 전 유명 국립대학에서 아까운 국가 인재들이 자살해 사회적 문제가 됐다. 비단 그 대학뿐 아니라 다른 대학들에서도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적 분열로 이어져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국가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할 인재들이기에 우리의 마음을 서글프게 만든다.

그러나 이제는 경쟁도 좋지만 자연의 이치에 대한 학습과 적절한 직업적 전문교육이 함께하는 대학사회를 건설하는 것을 정부나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민해 볼 시기인 것 같다. 대학생들의 정신적 질병을 학생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기보다는 우리 사회 공동체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어떨까.

이제 대학생 자살 문제에 대한 사고를 다르게 해보자.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만 하더라도 최소 1년에 4번 이상 학생과 교수 간의 주기적인 면담을 진행한다. 면담을 하다 보면 교수가 접근하기에 어려운 요소들이 많이 있다. 그 가운데 제일 처리하기 어려운 것은 정신적 질병을 앓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적절한 지도법이다.

필자는 학생들을 면담하는 도중 정신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대학본부에 설치돼 있는 학생생활연구소의 전문상담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전문 상담원의 적절한 지도가 이뤄져 건강을 회복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지도를 포기하고 말아야 하나’ 고민스럽다.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정신질환을 앓는 학생들을 상아탑으로 복귀시키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각 대학 내에 한방과 양방의 학교의(學校醫) 제도를 두자는 것이다. 현재 각 대학에 있는 전문 상담연구원은 학생들의 정신적 문제에 대한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이를 치료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혹자는 ‘정신적 문제가 있는 학생이 있다면 병원에 보내고 치료받게 하면 되지’라고 간단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으면 추후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서 대학에 전문 상담연구원뿐 아니라 학교의를 통한 진료가 동시에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대학 내에서 상담과 치료가 제공된다면 학생들의 취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모든 대학의 학생들이 현재보다도 정신과 육체가 건강해진다면 그것은 바로 국가경쟁력 강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재진 두원공과대학 보건의료행정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