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호선 막말녀, 막가는 사회

입력 2011-12-05 17:50

서울지하철 9호선에서 벌어진 30대 여성과 70대 노인의 거친 욕설 장면이 담긴 인터넷 동영상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노약자석에 앉은 젊은 여성이 어린이를 동반한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도록 옆으로 좀 비켜 달라는 노인의 말에 욕설로 대들며 소란스럽게 만든 장면이다. 검은 선글라스 차림의 이 여성은 자신도 임산부라며 노인을 향해 싸가지가 없다고 소리쳤다.

젊은층이 노인을 향해 막말을 퍼부은 사건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지하철 2호선에서는 여학생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가 할머니 옷에 흙을 묻혀 서로 험한 말을 주고받다 끝내 난투극을 벌인 일도 있었다. 이외에도 지하철 안에서 20대 청년이 80대 노인에게, 20대 여성이 할머니에게 반말과 상스러운 욕지거리를 아무 거리낌 없이 해대는 사건이 줄을 이었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가 사라지고 부모와 미혼 자녀를 중심으로 한 핵가족이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진 점이 큰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요즘엔 핵가족이 더욱 분화돼 구성원이 하나 또는 둘뿐인 전자가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다 보니 커서도 존경의 마음이 싹트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거친 습성이 몸에 밴 탓일 수도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이 오로지 내 주장만 내세우다 보니 적대감만 키웠다는 말이다. 가정에서 어른 공경을 배우지 못하니 학교에서도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고 조금만 귀에 거슬리는 충고를 해도 이를 참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노인을 공경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가지고 있다. 장유유서란 덕목은 외국에서조차 이를 부러워하며 배우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러다가 어른에게 반말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 않을까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