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기후정의를 외칠 때다

입력 2011-12-05 17:56

“우리는 신앙인이다. 이제 기후정의를 위해 외칠 때이다.” 이것은 12월 3일 세계기후의 날(World Climate Day)을 기해 지난달 28일부터 12월 10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회의(COP17)를 향해 신앙인들이 외치고 있는 선언이다.

기후변화와 생태위기의 심각성이 깊어짐에 따라 세계교회는 기후변화 문제가 더 이상 자연현상의 문제가 아닌 도덕과 윤리의 문제이며 신앙과 영성의 문제, 나아가 교회 선교의 문제로 인식하려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독교를 포함한 세계 종교인들은 유엔기후변화회의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달 27일 남아공 더반 킹스파크 스타디움에서 기후정의를 위한 종교인대회를 가졌다. 이 대회에서 성공회 신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몬드 투투 주교는 20만명이 서명한 ‘우리는 신앙인이다(We have faith)’란 제목의 탄원서를 2011년 유엔기후변화회의 의장인 마이테 느코아나 마샤바네 남아공 외교협력부 장관과 유엔기후변화회의 사무처장 크리스티아나 피구에레스 박사에게 전달하며 “지구는 우리의 유일한 집”이라고 지구 생존을 위한 우리의 책임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지금 인간 탐욕으로 인해 하나님의 창조세계의 생태 구조가 회복불능 상태로 파괴되고 있다. 지난 10년이 최근 지구의 역사에서 가장 온도가 높은 10년이었다. 바다는 산성화되고 지구의 생태구조가 완전히 파괴되고 있다. 동아프리카는 60년 이래 가장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고 세계 인구의 반 이상이 기후변화의 파국적 영향 아래 그 삶이 황폐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되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기 전에 세계가 현재의 탄소배출량을 감소해야 할 기간이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의 세계는 아직도 위기의 긴급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거나 깨달아도 돌아서지 않고 있다.

이런 기후변화와 생태위기에 대해 세계교회협의회(WCC)와 회원 교회들은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이 문제와 씨름해 왔다. 1999년에는 기후정의와 창조세계의 보전을 위해 한국에서 정의 평화 창조의 보전(JPIC) 세계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WCC는 현재의 생태위기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고 이에 대한 교회의 대응도 그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세계교회협의회 총무 올라프 트베이트 박사는 올해 더반에서 열리는 회의가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그 긴급성을 환기시켰다. 첫째 현재 국제사회가 갖고 있는 유일한 법적 장치인 교토 의정(Kyoto protocol) 제2기를 새로 선언하고, 둘째 2015년까지 법적 구속력을 가진 명쾌한 협상을 이번 합의에 포함시키고, 셋째 지난해의 칸쿤합의의 약속을 이행할 녹색기후기금을 집행할 구체적 절차를 확정할 것 등을 촉구했다.

기후변화와 생태정의는 2013년 WCC 부산총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부상할 문제의 하나로 예상된다. 한국교회도 이제 신앙의 눈으로 기후변화를 인식해야 할 때가 됐다. 하나님께서 모든 생명체의 집으로 부여하신 이 지구의 보전을 위해 행동으로 기도하며 선교적 행동에 돌입해야 할 때이다.

박성원 교수 세계교회협의회중앙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