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청소년 성교육

입력 2011-12-05 19:15


“얼마 전 남자 친구랑 성관계를 가졌는데, 이번 달에 생리가 없어요. 임신일까요?” 포털 사이트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질문이다.

10대 청소년들의 낙태, 미혼모 문제가 날로 심각해짐에 따라 하루빨리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요즘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처음 시작한 시기는 평균 14.8세이며, 10대 청소년 낙태 건수도 1만1000여 건(2005년 기준)에 이른다. 2007년 기준 10대 청소년의 성병 발생 건수 역시 1만2071건으로 전년도(8000여 건)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어린 나이에 자신의 몸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음란 사이트, 성인 영상물 등 인터넷 유해 매체 및 콘텐츠의 영향으로 무분별하게 성관계를 갖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성관계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며 아이를 걱정스런 시선으로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성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초경을 시작하는 13∼15세 소녀들은 산부인과 방문을 통해 정확한 건강 상담을 받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권장된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의 소녀들이 초경을 시작하게 되는 중학교 때 적절한 성교육 및 철저한 피임 교육은 물론 산부인과 정기검진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남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른 성관계나 잘못된 성생활로 인해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자궁경부암에 대한 경각심과 예방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육도 한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남녀 모두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소아과아카데미(AAP)는 중학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 아예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조기 접종할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하면 자궁경부암의 90%를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자궁경부암 4가백신은 자궁경부암 뿐 아니라 질암, 외음부암, 생식기사마귀(곤지름)까지 예방이 가능하다.

청소년은 미래를 이끌어갈 원동력이다. 청소년이 잘못된 인식과 성생활로 인해 잘못된 길로 접어든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청소년 성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청소년들에게 멀게만 느껴지는 산부인과와 비뇨기과의 문턱을 낮춰 청소년들이 자신의 몸과 성 문제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야 청소년 낙태 및 미혼모 발생률을 줄일 수 있고 무분별한 성관계 시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HPV의 전파를 차단할 길을 열 수 있다.

김승철 梨大여성암전문병원 부인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