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 약속’ 김수현 작가 “마지막회 쓰면서 배에 얼음주머니 댄 것처럼 불편”

입력 2011-12-04 19:32

“마지막회를 쓰면서 배에 얼음주머니를 댄 것처럼 마음이 불편했다.” 지난달 30일 SBS ‘천일의 약속’ 마지막 20부 대본을 끝낸 김수현(68) 작가가 탈고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치매를 소재로 쓴 이유에 대해 “나도 사실은 (치매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치매는 자기 자신이 없어지는 것이다. 껍데기만 남는 게 어떤 것일지. 그냥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불친절한 드라마라는 평에도 답했다. 그는 “방영 초기부터 시청자가 온갖 상상을 다했다고 본다. 그간 다른 드라마를 보며 버려진 입맛대로. 하지만 난 그것에 전혀 동의하지 않고 꿋꿋하게 그냥 이야기를 끌고나갔다”고 답했다.

또 향기와 수정(김해숙) 등 주목 받았던 조연에 대해서는 “드라마에서 천박한 사람은 못 그린다. 점잖은 사람이 좋다. 물론 향기는 보통 아이였어도 됐지만 ‘이럴 수 있을까’ 싶은 캐릭터로 그린 것은 우리 모두 좀 더 세련되면 안 되나, 좀 더 고급스러울 수 없을까 하는 의도였다”며 “수정은 지성 있는 엄마로, 현아(이미숙)도 즉흥적이지만 그렇다고 천하거나 상스럽지는 않은 인물로 그렸다”고 말했다.

요즘 드라마에 대해서는 “방송사에서 요구하는 이야기가 다 그런 것(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이라더라. 작가의 시놉시스가 한 번에 통과되지 못하고 여러 번 난도질당해 이상한 이야기로 바뀐다”며 “그래도 난 죽을 때까지 폼 안 구기다 가련다. 요즘은 나이 먹은 작가들도 이런 풍토에 변하는 것을 보자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