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야권단체 디도스 공격당해… 선거감시단체·방송 홈페이지 피해
입력 2011-12-04 19:01
러시아 하원(두마) 선거가 실시된 4일(현지시간) 야당 성향 라디오방송과 선거감시 시민단체의 홈페이지가 해킹 공격을 받았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해킹 공격이 가해진 곳은 그동안 불공정 선거 의혹을 제기해온 라디오방송국 ‘에호 모스크비’(모스크바의 메아리)와 선거감시운동을 벌여온 ‘골로스’ 등이다. 이들은 이른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으로 선거일인 이날 사이트 접근이 차단됐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을 비판해온 다른 언론사 홈페이지 여러 곳도 공격받았다.
골로스 측은 “메인 홈페이지는 물론 집권당의 선거 부정을 기록한 지도 사이트도 공격당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이곳 여성 대표 릴리야 쉬바노바는 지난 3일 모스크바 공항에서 12시간 동안 억류됐었다. 쉬바노바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깔았다는 이유로 노트북을 압수당했다.
러시아의 야당 성향 매체들은 그동안 정부 당국이 금품을 동원해 집권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야당에선 정부의 투표 결과 왜곡 정도가 집권당과 야당의 득표 격차를 결정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날 실시된 선거에선 통합러시아당이 승리를 거두겠지만 의석은 현재 315석(전체 450석)보다 훨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통합러시아당이 겨우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헌 저지선인 의석 3분의 2 이상 획득은 어려울 전망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주민 아나스타샤 레브첸코(62·여)는 “지난 4년간 집권당이 한 일이 없다. 실망했다”며 야당인 정의러시아당을 찍었다고 말했다.
선거는 그리니치표준시(GMT)를 기준으로 4일 오전 4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됐다. 러시아는 시간대가 9개나 있어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거 시작을 준비할 때 유럽과 가까운 지역은 전날 밤이다.
통합러시아당의 득표율은 푸틴 총리의 내년 3월 대선 당선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00∼2008년 대통령을 지낸 푸틴은 최근 3선 도전을 선언했다. 처음엔 당선이 어렵지 않아 보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