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실적 호전 ‘그들만의 호황’…“기름값 올려 챙긴 폭리 아닌 해외 수익 덕분” 해명
입력 2011-12-05 00:24
올해 정유업계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이 500%가 넘게 증가한 정유사도 있다. 소비자들은 주유소 기름값 인상으로 고통 받고 있는 반면 정유사들은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국내에서 이익은 거의 없고 해외에서 수익이 많이 났다고 설명한다.
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 1~3분기 매출액은 51조440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조4701억원에서 2조5057억원으로 70.4%, 당기순이익은 9659억원에서 3조246억원으로 213.1% 증가했다.
GS칼텍스도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액은 35조27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8.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241억원에서 1조6269억으로 124.7%, 당기순이익은 5101억원에서 9691억원으로 90.0% 늘어났다.
에쓰오일의 매출액은 57.0% 증가한 22조6499억원, 영업이익은 167.0% 늘어난 1조2580억원, 당기순이익은 111.0% 증가한 8533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오일뱅크의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44.0% 증가한 13조6706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504.8% 폭증한 3904억원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은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이 주유소 기름값 인상에 따른 폭리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정유사들의 주유소 평균 공급가격(세전)은 보통휘발유의 경우 올 1월 첫째주 ℓ당 829.46원에서 10월 셋째주 983.76원으로 18.6%나 올랐다가 11월 넷째주 883.88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1월 첫째주 ℓ당 863.26원을 기록했던 자동차용 경유는 11월 넷째주 1032.81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와 환율이 떨어져도 국내 기름값은 제때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익의 대부분은 국내 주유소 판매가 아닌 석유화학 등 다른 분야의 수익률이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의 경우 지난해 주유소 판매가 속한 석유사업의 영업이익률은 1.4%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석유화학사업과 가스전력사업은 각각 9.8%, 13.9%를 기록했다고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올 3분기 브라질 광구 매각대금 1조5000억원이 영업외 이익으로 잡혀 역대 3분기 실적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해 정유업계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은 국제적으로 정유·화학 업황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올해 4분기에도 이 추세가 이어지겠지만 내년에는 세계경제 상황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올해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