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美 부자증세·서민감세 ‘세금전쟁’

입력 2011-12-04 19:0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요즘 입만 열면 세금 얘기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주례·인터넷 라디오 연설을 통해 올해 말로 종료되는 급여세 감면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고 의회를 압박했다. 미 상원은 지난 1일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견 차이로 급여세 감면 연장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세금 얘기는 상당히 직설적이다. 그는 요즘 각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급여세 감면 조치가 연장되지 않으면 여러분이 세금을 얼마나 더 내는지 아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더 내야 하는 세금을 한번 계산해 보고, 지역구 의원들에게 여러분의 생각을 말해 보라”고 한다.

백악관은 친절하게 그 답안을 홈페이지에 내놓고 있다. 급여세 감면 조치가 끝나면 가구당 평균 1000달러 이상의 세금을 더 내게 된다. 현재 근로자들의 급여세율은 올해 말까지 4.2%다. 감면 조치가 연장되지 않으면 기존의 6.2%로 다시 오르게 된다.

당연히 대부분 근로자가 감면 조치가 종료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따라서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도 감세 연장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반대했다가는 중산층이나 서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금 시행 중인 감면 조치(4.2%)에서 더 나아가 3.2%까지 깎아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화당은 현재의 감면 수준을 일단 1년만 연장해 주자는 입장이다. 그 다음이 더 문제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추가 세금 감면 연장에 따른 세수 감소를 메우기 위해 부자 증세를 강력히 밀어붙이려는 태세다.

하지만 공화당은 자신의 주요 지지축인 보수유권자 단체 티파티(Tea Party)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증세에 관한 한 티파티는 요지부동이다. 공화당은 그 대신 3년간 연방 공무원의 임금을 동결하고, 실업수당 등을 엄격히 관리해 세출을 줄이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급여세 감면 드라이브는 사실상 절묘한 선거운동이다. 중산층에게는 감세로 지지를 얻고, 100만 달러 이상 소득 가구에는 세금을 더 물림으로써 ‘1%대(對) 99%’의 구도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있다. 역시 세금 문제는 양(洋)의 동서(東西)를 막론하고 선거 전략의 핵심이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