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화재 순직 소방관 추모 발길… “생명 구하는 사람돼라 했는데, 제 목숨을 바치다니…”
입력 2011-12-04 18:54
경기도 평택시 가구전시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고 이재만(40) 소방장과 고 한상윤(32) 소방교의 빈소가 마련된 평택 중앙장례식장에는 4일 각계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소방장의 어머니는 영정사진 앞에서 “네가 어떻게 먼저 가니…”라며 오열을 터트렸다. 한 소방교의 누나는 “저를 대신 데려가세요, 하나님”이라며 슬퍼했다.
이날 오후 2시쯤 합동 빈소를 찾은 김황식 국무총리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상주들과 일일이 인사하면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동료 소방관과 시민 등 1200여명이 조문했고 네티즌들도 애도하고 있다. 두 소방관은 3일 오전 8시47분쯤 평택시 서정동 참숯가구전시장에서 불이 나자 건물 안으로 들어가 불길을 잡던 중 무너져 내린 천장 구조물에 깔려 숨졌다.
숨진 이 소방장은 형제 소방관인데 동생이 먼저 숨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의 형 재광씨는 화성소방서 소방위로 근무하고 있다. 이 소방장의 아버지 이달희 목사는 둘째아들의 빈소에서 “평소 ‘아비는 남의 영혼을 구할테니 너희는 생명을 구하는 사람이 돼라’고 두 아들에게 항상 강조했다”며 “소방관이 된 아들을 국가에 바쳤다고 생각하며 보고 싶어도 참고 살았는데 이렇게 먼저 하늘로 떠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가정적이었던 ‘쌍둥이 아빠’ 한 소방교가 현장에서 숨진 뒤 3시간여 뒤 그의 앞으로 캠핑용 탁자가 뒤늦게 배달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한 소방교의 유품을 챙기던 같은 소방서 직원들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최창만 송탄소방서 119구조대장은 “두 아들을 데리고 캠핑 가기로 했다면서 새로 산 텐트를 자랑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24시간 교대근무라 시간만 나면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한 소방교는 쌍둥이들과 아내 뱃속에 5개월 된 아이가 있다. “쌍둥이들과 막내는 어떡하라고, 바보야”라며 울부짖고 통곡하는 엄마를 대신해 갈색 패딩 점퍼와 청바지를 입은 4살 쌍둥이 2명은 빈소에서 조문객들을 맞았다. 한 소방교는 인근 지산초등학교 화재반 교육을 담당해 지난 9월에는 송탄소방서장으로부터 화재예방 홍보업무 유공자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순직한 두 소방관에 대해 1계급 특별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됐다. 영결식은 5일 오전 10시 송탄소방서장으로 엄수되고 수원연화장에서 화장한 뒤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할 예정이다.
한편 소방 당국은 전시장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 전기계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관계자의 진술을 토대로 전기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다.
평택=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