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급식·행정담당 일선학교 비정규직, 무늬만 무기계약

입력 2011-12-04 23:19


지난 10월 경기도의 한 지역교육청 소속 학교회계직 보육교사 A씨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앞두고 직장으로부터 “사직서를 쓰면 다른 곳에 재취업하게 해 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A씨는 근무연수 2년을 채우면 자동으로 무기계약직이 되지만 이직하면서 이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새 일터에 다시 기간제 근로자로 취업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9만여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힌 가운데 학교회계직 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막으려는 교육기관의 편법 관행이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기계약직 전환 후에도 연봉 편법 산정 등 부당 행위가 끊이지 않았다.

학교회계직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으로 일선 학교에 교육·급식·행정업무 등을 제공한다. 학교 회계에서 보수를 받기 때문에 학교장 재량으로 운영된다.

전국교육기관회계직연합회(전회련)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시내 초등학교 4곳 이상에서 무기계약직 전환 시기가 다가온 학교회계직 특수교사가 잇따라 해직되거나 타 학교로 이직했다. 이직 시 근무연수가 아무리 길어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다시 기간제 근로자가 됐다. 전회련 이시정 사무처장은 “교육기관이 학교회계직의 약점을 이용해 ‘뺑뺑이’를 돌리는 등 비정규직법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회계직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후에도 각종 편법에 시달린다. 계약 시 1년 근무일수 기준을 임의로 정해 두고 출근을 하지 않는 ‘놀토’와 일요일, 공휴일 수만큼 방학 기간에 무급근무를 강요받기 일쑤다. 학교장 재량으로 고용 여부가 결정돼 보건·출산휴가 등 복지 혜택도 제대로 주장할 수 없다.

교무보조원으로 일하는 학교회계직 이모(32·여)씨는 “계약 규정이 있어도 항상 고용 불안에 시달리기 때문에 학교장 명령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당정은 무기계약직 전환을 마치 정규직 공무원 전환처럼 발표했지만 관행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