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디도스에 발목…쇄신의 ‘쇄’자도 못꺼내

입력 2011-12-05 00:13

한나라당의 쇄신 논의가 ‘디도스(DDoS) 돌출 악재’에 발목이 잡혔다.

홍준표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4일 저녁 당 쇄신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원희룡 최고위원이 제안했던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개방형 국민참여경선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계획이었다. 회의에 앞서 황우여 원내대표 등도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공론화했던 나경원 최고위원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이날 귀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에 연루된 것과 관련, 대책 마련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쇄신 방안은 거론조차 되지 못했다. 홍 대표가 쇄신 논의를 제안하자 일부 최고위원들이 “지금 쇄신 논의를 할 때냐”며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이후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안과 민주당이 요구한 국정조사 수용 문제 등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당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든 행안위 조사든 수용하자”고 주장했다. 남경필 최고위원과 원 최고위원도 당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당 홍보기획본부장인 최 의원의 당직 사퇴 요구 목소리가 나오자, 김정권 사무총장이 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의사를 확인했고, 곧바로 당직 사퇴를 수용키로 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2시간 남짓 진행된 회의 직후 홍 대표는 최 의원의 당직 사퇴 수용 외에 지도부 차원의 다른 대책은 내 놓을 게 없다고 발표했다. 홍 대표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라 국정조사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고 지도부 차원에서도 (별도로) 대처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또 “당 차원의 대책위원회를 꾸리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당은 이미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홍 대표는 “비록 국회의원 9급 운전비서가 연루돼 구속된 사건이지만 한나라당은 이번 일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고 김기현 대변인이 전했다. 이와 관련, 일부 참석자들은 “홍 대표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았다”, “큰 위기 앞에서 당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표는 언론사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의혹 없이 철저하게 수사를 하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책 쇄신도 더디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홍 대표가 청와대에 요구했다던 ‘소득세 구간 신설’ 방안에 박 전 대표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당내에서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주장이 잇따르자 지도부는 8일 부자증세 논의를 위한 별도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는) 당초 5일 열리는 의총에서 민생예산 확대 문제와 함께 논의하려고 했으나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따로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나래 유성열 유동근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