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세금 없는 먹튀?] 과거 사모펀드 먹튀 사례… 뉴브리지캐피탈, 1조1500억 챙기곤 세금 한푼도 안내
입력 2011-12-04 18:39
국내에서 은행을 인수해 엄청난 차익을 낸 사모펀드(소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주로 부실기업 등을 인수했다가 되팔아 차익을 추구하는 펀드)로는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캐피탈, 한미은행을 되판 칼라일그룹이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에 세금을 한 푼 내지 않았다. 증권거래에 따른 세금만 냈을 뿐 엄청난 규모의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이다. 모두 국제 조세협약 등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사모펀드들은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없고, 본사가 우리와 조세조약을 맺은 국가에 있기 때문에 해당국에 세금을 내면 된다는 논리를 폈다. 사모펀드가 본사를 두고 있는 곳은 대부분 조세천국(Tax Heaven)으로 불리는 조세피난처다.
미국계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탈은 1999년 5000억원에 제일은행을 사들였다. 외환위기 당시 정부는 제일은행에 공적자금 10조원을 투입해 살렸었다. 뉴브리지캐피탈은 5년 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에 제일은행을 1조6500억원에 재매각했다. 매각 차익은 1조1500억원에 이르렀다.
뉴브리지캐피탈이 제일은행 매각으로 거둬들인 수익에 따라 낸 세금은 ‘0원’이다. 제일은행을 사고 판 펀드(KTB뉴브리지유한회사)가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주소지를 두고 있어서다. 라부안에 근거지를 뒀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 말레이시아가 맺은 이중과세 방지협약에 따라 말레이시아에 세금을 내야 한다. 문제는 조세피난처인 라부안에서는 자본이득의 경우 전면 면세이고, 법인세도 없다는 것이다. 순이익의 3% 정도만 세금으로 내면 된다.
제일은행 지분 매각 당시 비난여론을 의식한 뉴브리지캐피탈은 금융채무자 신용회복지원에 써 달라며 자산관리공사 등에 2000만 달러를 기부했었다.
한미은행 주식을 사고 판 칼라일도 라부안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2000년 한미은행을 4500억원에 인수한 JP모간·칼라일 컨소시엄은 4년 뒤 씨티그룹에 재매각해 차익 6600억원을 올렸다. 칼라일 역시 세금을 내지 않았다.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는 2006년 7월부터 조세회피지역을 경유한 해외자본이라도 차익에 대해선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국세청은 2007년 뉴브리지캐피탈의 한국 법인인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 등에 600억여원의 세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다만 매각 이익 자체에 대한 직접과세라기보다는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가 법인세를 축소 신고했다고 보고 추징한 간접과세였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국제조세협약을 개정하고 조세피난처에 근거지를 둔 해외자본의 국내 투자에 대한 과세 방안을 마련하는 등 치밀한 대응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세금을 부과하기 힘들다”고 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