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1기의 위기] ‘의무연수’ 프로그램 아직 감감… 1000여명, 식물 변호사 우려
입력 2011-12-04 18:33
국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09년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첫 변호사 배출을 앞두고 의무연수 프로그램조차 마련하지 못해 위기를 맞고 있다.
로스쿨 변호사의 대량실업난도 문제지만 당장 6개월간 의무연수를 받지 못하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도 법률사무소 개업이나 사건 수임을 못 해 ‘식물 변호사’로 전락하게 된다.
4일 법무부와 대한변협 등에 따르면 내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할 것으로 예상되는 1500여명 가운데 검사, 법원 재판연구원(로클럭), 대형 법무법인 등에 채용되는 50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한변협에서 연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변협은 1000여명에 달하는 변호사의 연수를 자체적으로 진행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의무연수란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법률사무소를 개업하거나 사건을 수임하려면 법원, 검찰, 헌법재판소 등 법무부장관이 법률사무 종사가 가능하다고 지정한 기관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해야 하는 제도다. 국가기관 외에 민간에서 의무연수를 하려면 5년 이상 판사, 검사, 변호사, 법학교수를 역임한 사람이 1명 이상 있고 송무 부서가 별도 존재하며, 연수생 관리 변호사가 1명 이상 있어야 한다.
로스쿨 1기생에게 의무연수가 적기에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에 또다시 1000여명의 로스쿨 변호사의 연수가 적체되면서 ‘연수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대한변협이 실시하는 연수과정을 지원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변협은 법무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고, 법무부는 기획재정부에 교육 지원예산 5억원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정부는 변호사 연수가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이므로 국가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예산심의 과정에서 로스쿨 변호사 연수지원 예산 5억원을 법무부 예산에 추가 반영해 현재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국회 파행으로 예산안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정된 예산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법무부 고위관계자는 “수정된 예산안이 계수조정소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로스쿨 변호사 연수에 대한 예산 지원은 어렵다”고 밝혔다. 대한변협 정준길 수석대변인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대규모 연수를 진행하려면 장소대여, 강사초빙 등 상당한 비용이 든다”며 “예산지원이 없으면 연수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