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풍경-군포 제자들교회] 소비공간 상가에 영적 쉼터… 오늘도 새신자 10명

입력 2011-12-04 18:30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제자들교회. 교회가 입주한 신원빌딩에 들어서자 첫눈에 들어온 것은 입주 상가를 알리는 요란스런 간판이었다. ‘1층 새마을금고 약국, 2층 증권사 지점, 3층 의원, 치과, 4층 비만클리닉… 9층 모텔, 10층 교회, 11층 안마센터.’ 건물 입구부터 엘리베이터 안쪽까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간판들은 인간의 지칠 줄 모르는 소비를 재촉하는 듯하다.

4일 오전 10시. 제자들교회는 예배준비를 위해 바쁘게 오가는 성도들로 붐볐다. 교회는 상가교회 특성상 모든 시설이 1개 층에 몰려 있다. 성가대실이 없기 때문에 30명의 성가대원들은 연습한 그 자리에서 1시간 뒤 찬송을 드린다. 새가족실에선 새가족 섬김이들이 냅킨을 매만지고 식탁을 닦고 있었다. 흰색 명찰을 찬 예배 안내자들이 어르신들을 맞으며 “식사는 하고 오셨어요?” 하며 공손히 인사했다.

교회가 중요시하는 가치는 금세 확인할 수 있었다. 입구에는 빌립 전도대가 매일 오후 3시 운영되고 있다는 배너 광고가 서 있었고 ‘전도헌금 작정신청서’가 있다. 그 흔한 주보·헌금봉투꽂이 하나 없지만 성도들의 이름이 적힌 전도헌금 봉투가 탁자 위에 두툼하게 쌓여 있었다.

문찬식(53) 장로는 “매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전도활동을 펼치는데 목사님과 사모님이 하루도 빠짐없이 솔선수범하신다”면서 “늘 같은 자리에서 부침개와 커피, 생강차를 건네며 상가와 아파트를 돌다보니 ‘이왕 교회 가려면 저렇게 열심히 활동하는 제자들교회에 가라’는 소문이 나있다”고 귀띔했다.

박금숙(53·여) 권사는 “전도대원 15명이 매일 음료 80ℓ와 밀가루 10㎏으로 만든 부침개를 들고 택시전도와 상가전도를 펼치고 있는데 ‘저렇게 남들에게 퍼주다가 부도나고 만다’는 소문이 있어 오히려 아파트 문을 두드리기가 편하다”고 웃었다. 박 권사는 “매일 담임목사님이 늘 ‘전도는 자리를 채우거나 숫자에 연연해하지 말고 영혼사랑의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고 했다.

오전 11시가 되자 300석 좌석이 빼곡하게 찼다. 500여㎡(150평) 예배당만 놓고 보면 상가교회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다. 주보엔 지난주 8명이 새로 나왔다고 기록돼 있었다. 이기동(52) 담임목사는 새로 나온 10명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가며 성도들에게 소개했다. 교회는 2008년 4월 개척했으며, 출석성도는 250명 수준이다.

이 교회는 전형적인 상가교회지만 독특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교회 창립한 멤버가 중국 성삼북경교회 부흥의 주역이란 점이다. 한인성도만 1500명 넘게 출석했던 성삼북경교회는 이 목사가 1999년 개척한 교회로 왕성한 전도활동을 펼치다 2007년 중국 정부에 의해 폐쇄되다시피 했다.

조경화(51) 사모는 “89년 개척을 처음 했을 때 한 영혼이라도 구하기 위해 노숙인과 비행청소년들을 모아 합숙생활을 할 정도로 목사님의 영혼사랑이 대단했다”면서 “아무 조건 없이 400명 규모의 산본성삼교회를 모두 내려놓고 중국 선교를 떠날 수 있었던 것도, 성삼북경교회의 예산 30%를 선교비로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그 같은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사모는 “7년 만에 베이징에서 두 번째로 큰 교회를 일궜지만 탈북자를 도왔다는 이유 등으로 비자가 거부된 이래로 지금까지 정들었던 교회를 가보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교회는 지난 9월부터 지역 어르신을 위한 무료급식을 매일 실시하고 있다. 임종순(57·여) 집사는 “인근에 임대주택 대단지가 있는데 매일 120여명의 어르신을 대접하고 있다”면서 “어르신들이 맛있게 음식을 드실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교회는 공동의회를 열고 예산 대비 30% 수준인 선교비를 10% 증액하고 비좁은 예배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관을 구입하기로 했다.

군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