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분기 가계대출 연체율 금융위기 이후 ‘최악’ 수준
입력 2011-12-04 18:26
가계대출 연체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늘어나는 가계 부채 탓에 가계의 빚 상환 능력이 급속히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4분기 0.29%였던 가계대출 연체율이 올 1분기 0.31%, 2분기 0.36%, 3분기 0.45%로 꾸준히 상승했다고 4일 밝혔다. 금융위기 여파가 극에 달했던 2009년 2분기(0.57%) 이후 최고치다.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4분기 0.3%에서 지난 2분기 0.58%로 급증했으며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0.47%에서 0.71%로, 국민은행도 0.94%에서 0.96%로 각각 증가했다. 올 들어 월 0.46∼0.52% 수준을 유지했던 기업은행의 월별 가계대출 연체율도 지난 8월 0.62%를 기록해 2008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까지 가계 부채가 60조원이나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지속되자 대출금 연체율도 동반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개인여신 담당 부행장은 “지난 2분기까지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6월 말 발표된 가계대책 종합대책 이후 약간 주춤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이자 부담 증가로 연체가 늘면서 다시 신용등급이 하락해 이자비용이 급등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함준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활비를 충당하려고 대출받는 사람도 있지만 소비심리에 의한 대출도 적지 않다”며 “금융기관들은 소득 창출이 가능한 사람들에게 유연한 대출을 해줌과 동시에 고객들에게 신용관리의 중요성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이근태 연구위원은 “세계적 경제위기 때문에 당국이 금리를 끌어올려 대출을 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로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채무 상황 개선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