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고수익… ‘토종 헤지펀드’ 12월 중순 출범
입력 2011-12-04 18:24
금융당국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던 ‘한국형 헤지펀드’가 이달 중순 국내 시장에 첫 출범한다. 9개 자산운용사가 12개의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운용전략상 제약 과다, 전문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성공 가능성을 미지수로 판단하고 있다.
◇12개 상품 출시…“3년 뒤 수탁 규모 40조원 성장”=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헤지펀드 운용 업무인가를 신청해 심사 중인 운용사는 모두 13곳이다. 헤지펀드는 주식과 부동산은 물론 실물·통화·파생상품 등 전 자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다. 고수익을 노리는 만큼 투자위험도 높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들 13개 운용사는 모두 헤지펀드 운용 자격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 권대영 자산운용과장은 “검토를 진행 중이긴 하지만 크게 헤지펀드 운용에 문제가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후 증권사와 투자자문사들을 대상으로도 헤지펀드 운용인가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자산운용업계는 운용인가를 신청한 13곳 중 9곳에서 이달 중순쯤 12개의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계가 자체 추산한 12개 상품의 예상 판매액은 5000억원 규모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순까지 구체적인 헤지펀드 상품 등록 절차를 거치고, 이르면 이달 말부터 상품 운용을 실시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헤지펀드의 수탁 규모가 3∼4년이 지나면 최대 4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호 헤지펀드 매니저, 다들 꺼린다”=하지만 정작 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금융당국의 각종 규제가 심해 당분간은 한국형 헤지펀드가 투자자들의 대안 상품으로 제대로 자리잡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운용사들이 가장 큰 운용 제약으로 꼽는 부분은 수탁고의 400%까지 금전 차입투자를 제한한 점이다. 차입비율 제한이 없는 해외의 대형 헤지펀드들과 경쟁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개인 최소 투자한도가 5억원 이상이라는 점도 자금이 쉽게 이동하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리스크 규제 때문에 당분간은 투자자들의 ‘대안상품’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를 운용할 전문인력도 충분하지 않다. 해외에 진출한 헤지펀드 전문인력은 아직 초기 시장인 한국형 헤지펀드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족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투자협회의 ‘헤지펀드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60시간을 이수하면 헤지펀드 매니저 자격을 부여할 방침이다. 321명이 현재까지 이수했지만 투자전략 등 실제적인 교육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60시간 교육으로 과연 전문가가 탄생할 수 있겠느냐”며 “금융당국과 협회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문가를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부는 1호 헤지펀드를 애타게 원하지만, 펀드매니저들은 1호 헤지펀드 매니저가 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