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빠진 해운업계… 하역료 떨어지고·연료가격 올라 ‘이중고’

입력 2011-12-04 23:13

1일 경남 창원의 한진해운 신항만 터미널은 좀처럼 일하는 사람들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자동화 시스템 때문이라고는 하나 최근의 해운업 경기를 반영하듯 썰렁한 분위기였다.

각종 정보를 담고 있는 전자칩을 장착한 화물차는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통제센터의 지시를 받아 컨테이너를 내릴 레일형 암벽 크레인(ARMGC) 앞에 멈췄다. 이 크레인은 컨테이너를 집어 한 치 오차도 없이 반듯하게 컨테이너를 쌓아올렸다. 이곳에는 같은 크레인 42기가 배치돼 있다.

쌓인 컨테이너는 갠트리 크레인(Gantry Crane)을 통해 배에 실린다. 높이가 83m에 달하는 크레인은 역시 자동으로 짐을 싣고 내리고 있었다. 모든 과정이 자동화되다보니 하역 속도는 매우 빨랐다. 하지만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한진해운 신항만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하역 요율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2009년 신항만 개장 당시만 해도 요율이 1TEU당 60달러 수준이었는데 요즘 경기가 침체되고 경쟁도 심해져 4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 국내 해운 3사는 올해 3분기 나란히 영업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국제유가 불안에 따른 벙커C유 급등이 주요 원인이다. 선박 과잉 공급도 운임 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선박 운임의 25∼30%를 차지하는 벙커C유 폭등은 수익성 악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국내 벙커C유 가격은 올해 초 t당 500달러 후반이었지만 최근에는 700달러를 훌쩍 넘겨 해운업체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업체들은 우리나라보다 벙커C유 가격이 싼 싱가포르나 로테르담 등에서 급유하는 방식으로 비용절감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진해운 신항만 터미널은 시간당 34개의 컨테이너를 하역할 수 있다. 자동화에 따른 빠른 하역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 올해 이곳은 165만 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한 개)의 화물을 처리했다. 그러나 내년이 문제다.

업체들은 자구 노력을 하고 있으나 상황은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진해운은 최근 임원 9명을 해임하고 4명을 새로 승진시켰다. 실질적으로 5명의 임원을 줄인 것이다. 임원들은 지난달부터 급여 10%를 반납하고 있다. 또 선박 운항속도를 경제속도로 맞추고 운항경로를 최적화하는 등 비용절감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비수기로 접어든 북미서안항로 서비스를 1월부터 중단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컨테이너 사업부문에 남북항로관리팀을 신설해 남미시장 공략도 진행 중이다. 국내외 해운업체들은 잇달아 노후 선박을 매각하는 등 선박 수 줄이기에 나섰다.

해운업계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해운시황의 척도를 보여주는 벌크선운임지수(BDI)가 지난 2월 1040선까지 떨어지는 등 8월까지 1300안팎을 오갔다. 다행히 11월에 2000을 회복됐지만 미래를 낙관할 수가 없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연말이 되면서 석탄 운송 수요도 늘어나는 등 강보합세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면서 “향후 상황을 장담할 순 없지만 3분기에 바닥을 찍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조금 개선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창원=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